"과열경쟁 유발된다고 고등학교에서도 사설 모의고사를 금지시킨 곳이 많은데, 초등학교 6학년들이 1학기에 2번이나 성취도평가 모의고사를 친다니요?"(경북 모 초등학교 교사)
경북 구미지역 O초등학교를 비롯한 6개 학교는 전체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이하 성취도평가) 대비 모의고사를 보느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이 중 3곳은 이미 5월에 모의고사를 보고도 두 번째 치는 시험이었다. 학교 돈으로 사설 업체에 학생 1명당 6,000원씩 주고 총 2회분 문제를 샀다. 한 교사는 "6학년 교사들에게 안 그래도 학생들이 중간 기말시험과 성취도평가에 시달리는데 또 무슨 시험이냐고 물으니 '교육청이 제대로 대비하라는 데 작년보다 미달학생 줄이려면 다른 수가 있느냐'는 답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26일 성취도평가 실시를 앞두고 전국 학교들이 모의고사, 파행수업, 강제자습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풀이 수업을 반복하는가 하면 아예 사설 업체에 돈을 주고 모의고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중고생이나 할 법한 0교시, 7교시를 만들어 문제풀이 보충수업을 시키는 통에 6학년들이 오후 4시 30분이 넘어서야 귀가한다"고 토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조사에서는 포항 60개 초등학교 중 16곳이 사설 모의고사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들이 이렇게 성취도평가 대비에 혈안이 된 이유는 성적이 높아야 사업비도 많이 받게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시도교육청을 평가해 사업비 예산을 배분하고 이 평가에 학업성취도 결과를 7% 반영하는데, 교사들은 학업성취도가 사실상 사업비 배분을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성적이 가장 높아 추가로 사업비 예산을 받은 경북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만 해도 지난해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로 배분된 포상금 약 1,500만원으로 시설 개선 외에 보충학습 강사료와 모의고사 응시료를 지불했다"며 "우리 지역이 시험을 잘 봐야 또 돈을 많이 받아 내년 시험을 준비하지 않겠냐는 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아예 초등학교 교장, 교감을 찾아 다니면서 '성취도평가 완벽 대비 모의고사'를 권유하며 문제집 장사를 하는 서점이나 출판사도 생겼다"고 말했다. 기초미달 학생들의 학업을 제대로 신장시키는데 사용돼야 할 학교 예산이 엉뚱하게 모의고사 업체로 흘러 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교육계 안팎에서는 성취도평가를 표집조사로 전환하거나 적어도 시도교육청 평가에 연계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명신 의원 등 8명의 의원은 시의원 46명의 서명을 받아 성취도평가를 표집조사로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전교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다양한 학습 경험을 통해 가능성이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획일화된 교육에 희생되고 있다"며 표집조사 전환을 촉구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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