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대표적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19일 야당이 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늦추고 모바일 투표 등으로 선출 방법을 개방화하는 경향에 대해 "한국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 교수는 "민주당의 정당 개혁은 민주화 이후 여러 정치개혁들 가운데 최악의 변화"라면서 "모바일 투표는나쁜 의미에서의 혁명적 변화"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민생포럼 창립 기념 강연회에서 "12월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후보조차 정해지지 않아 모든 것이 숨 돌릴 새도 없이 졸속적으로 전개된다"며 "엄청난 권력을 갖는 대통령을 너무나 즉흥적으로 선출한다"고 성토했다. 최 교수는 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나올지 안 나올지조차 모른다"며 "이건 무책임하면서도 비정상적인 태도라는 점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모바일 투표에 의한 완전개방형 선출 제도에 대해 "당의 리더십과 정체성 형성을 극히 어렵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모바일 기제와 친숙한 그룹이 과다 대표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은 자신의 열정과 진보성을 드러내기 위해 급진적이고 이념적 언어를 사용하길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에 기반을 두는 것도 아니다"며 "일반국민들은 정치를 쇼로 보고 관전만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대표하는 구조가 돼야 하지만, 모바일 투표로는 이를 이룰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또 '민주 대 반민주'라는 대립 구도 설정에 대해서도 "비판과 공격에만 시간과 노력을 다 쓰게 돼 대안정부로 실력을 쌓고 그 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일을 등한시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독재 회귀' '신공안 정국' 등을 매일 외치는데, 늑대가 온다고 부르짖는 양치기 소년을 연상시킨다"고도 비꼬았다.
최 교수는 아울러 여야 양당이 모두 대선 캠프가 대선을 치르는 데 대해 "낮은 정당 제도화의 중요한 징표"라며 "정당이란 공적 조직이 아니라 하나의 세력이 대통령을 만드는 것과 그렇게 구성된 정부의 실망스런 실적 간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당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회경제적 현안을 다룰 능력이 없다는 점"이라며 "실제 집권 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이 주최한 이날 강연회에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4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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