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악기 인천 부평공장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맞서 싸운 지 5년하고도 4개월이 흘렀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지만 복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기타와 음향기기 제조전문업체인 콜트악기와 자회사인 콜텍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기타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보이며 유망 중소기업으로 손 꼽혀왔다. 그러나 콜트악기는 2006년 주문 물량이 급감하면서 한해 8억5,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콜트악기는 이듬해 1월 영업상의 이유로 노조측에 조합원 170명중 70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측은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2007년 2월1일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측은 4월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이듬해 8월 부평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뒤 조합원 전원을 정리해고 했다. 콜트악기의 기타 제조 물량은 전부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이전됐다.
정리해고된 직원들은 정리해고와 폐업 철회, 국내 생산공장 정상화, 체불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2009년 5월 정리해고에 따른 민사소송과 같은 해 8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정리해고된 지 5년째인 올 2월에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도 이끌어냈다. 이들에게는“공장으로 출근하고 싶다”는 꿈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러나 꿈은 2달 만에 깨졌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던 사측은 4월27일 “부평공장 사업 재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리해고를 다시 통보했다. 복직 절차도 밟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상황은 노동자들에게 더 불리하게 돌아갔다. 서울고법은 5월18일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부당 해고 기간을 2007년 4월 12일부터 2008년 8월 31일까지만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08년 9월 1일부터 부평공장 폐쇄에 따라 사측의 통상 해고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위해 사측이 위장 폐업했다고 제기한 의혹을 덮어버리고, 대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결과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판결은 이미 내려진 뒤였다. 최근에는 노동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부평공장도 매각돼 노동자들과 부평공장 철거 공사를 진행하려는 용역업체가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사측에 맞서 싸운 지 2,000일째를 맞는 내달23일을 전후해 국회 기자회견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부평공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여기서 싸움을 접으면 중소영세사업장의 나쁜 정리해고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노동자들과 연대한 문화예술인들이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우리가 먼저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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