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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봄의 눈물은 바다에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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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봄의 눈물은 바다에 흐르고'

입력
2012.06.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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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씨는 주요 활동무대인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는 재일 한국인의 삶과 고민을 담은 '야끼니꾸 드래곤'(2008) 이후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가 쓰고 연출했다는 사실은 신작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의 양날의 칼이다. '야끼니꾸 드래곤'의 강렬한 감흥을 잊지 못한 수많은 관객이 그에 대한 신뢰만으로 공연장을 찾겠지만 '야끼니꾸 드래곤'과 닮아도 너무 닮아 있는 느낌도 클 것이므로.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일본군이 주둔 중인 한국의 어느 외딴섬이다. 주인공은 이발소를 하는 홍길(정태화)씨네 가족이다. 가족 구성은 '야끼니꾸 드래곤'에서 곱창집을 하던 용길씨네와 거의 흡사하다. 다리를 저는 첫째 딸 진희(최수현)와 가수 지망생인 둘째 딸 선희(염혜란), 큰언니를 마음에 둔 남자 만석(김문식)과 결혼하는 셋째 딸 미희(장정애)가 등장한다. 막내딸 정희(김소진)는 용길씨네 막내 아들 도키오를 떠올리게 한다. 배우 고수희는 두 작품 모두에서 생활력 강한 엄마를 맡아 내공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모든 캐릭터가 개성이 강하지만 이 같은 유사성 때문에 사건보다는 가족 구성원의 성격 묘사 위주로 진행되는 1막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다행히 연극은 작가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이 도드라지는 점에서 '야끼니꾸 드래곤'과 차별성을 띤다.

항일 운동을 하던 막내를 먼저 떠나 보낸 홍길과 영순은 첫째를 일본군 장교와 결혼시켜야 하는 삶의 아이러니와 마주한다. 주로 경계인의 삶에 주목해 온 작가는 이번에는 전쟁이라는 거대 역사의 흐름에 휘말려 선택을 강요당하는 개인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이들 개개인을 어루만진다. 연극은 이 같은 주제의식을 전쟁에 대해 각기 달리 반응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자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셈이다. 특히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은 질펀한 남도 사투리와 다소 과장된 몸 연기가 어우러진 유쾌한 해학을 통해 빛났다.

시대의 풍랑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로 보기에는 모든 역할이 지나치게 순수하고 인간미 넘치게 그려진 탓에 극적 긴장감은 전반적으로 떨어지지만 객석에는 웃음과 눈물이 가득했다. 정씨의 연극을 처음 접한 이가 많은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전쟁 못지않은 광기 어린 시대를 살며 무력감에 빠져 있는 관객들이 따뜻한 위로를 갈구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7월 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02)758-2150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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