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선거사범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은 국민의 법 감정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지극히 타당하고 시의적절한 조치다. 선거범죄는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호도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악성 범죄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선거사범에 대한 판결이 지나치게 온정적이고, 특히 당선인에 대해선 가급적 당선무효형을 회피하거나 죄질이 중한 경우에도 웬만하면 징역형 선고를 비켜가는 경향이 큰 것으로 비춰져 왔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추세가 뚜렷이 변화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각급 법원과 판사 재량에 따른 편차가 커 처벌의 실효성이 반감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결론의 핵심은 ▲후보자 매수행위 ▲기부행위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사전 부정선거 등 4대 선거사범에 대해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한다는 것이다. 특히 후보자 매수행위에 대해선 가급적 징역형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대법원은 당선자가 79명이나 포함된 이번 4ㆍ11 총선사범 재판에서부터 이 방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18대 총선의 당선자 19명이 입건돼 이 중 80%인 15명의 당선이 무효화된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대법원의 방침은 정치권 전반에 전례 없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관심이 가는 건 SNS에 의한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에 대한 처벌이다. 이는 짧은 선거기간과 SNS의 폭발적인 전파력으로 인해 선거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SNS 선거운동이 합법화함에 따라 이를 악용한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을 얼마큼 차단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다가오는 대선을 비롯한 앞으로의 선거문화를 가름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수사당국에 책임이 있지만 법원 역시 이 부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선거사범에 대한 온정적 판결은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용인하는 반사회적 결과를 낳는다. 법원은 우리의 낡은 정치문화, 선거문화를 근본적으로 바로 세운다는 각오로 선거사범을 엄정하고도 무겁게 다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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