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탓일까요, 1인 가구가 늘었기 때문일까요. 국내 라면시장에서 컵라면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 것도 60g짜리 소형 컵라면 보다는 한끼 식사용으로 손색이 없는 100g짜리 대용량 컵라면의 인기가 특히 높습니다. 컵 라면이 간식에서 정식 식사 대용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AC닐슨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100g짜리 대용량 컵라면의 연간 매출액은 평균 11.3%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소용량 컵라면의 3년간 연평균 성장률 6.1%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지난해 컵라면 시장은 총 6,100억원 규모였는데요, 이 가운데 대용량 컵라면 매출액은 3,200억원으로 52.4%를 차지했습니다. 매출 1~10위 중 7개 제품이 대용량 컵라면이었습니다. 지난달 농심이 출시한 신제품 ‘블랙신컵’도 한 달 만에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얻었는데요, 역시 100g의 대용량입니다.
소비자들의 대용량 컵라면 선호는 컵라면에 대한 인식이 변했음을 의미합니다. 전에는 끼니 사이에 먹는 ‘간식’이었기에 많은 양이 부담스러웠다면, 요즘에는 아예 컵라면을 ‘한끼 식사’로 먹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1인 가구 증가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까지 가구 구성원 수가 4인>3인>2인>1인 순이었던 반면, 올해부터는 1인>2인>3인>4인의 역순으로 바뀌었습니다.
자녀와 부모 등이 함께 사는 가구에 비해 혼자 사는 사람은 아무래도 제대로 된 요리를 해 먹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불황에 높은 식품ㆍ외식 물가도 부담이 됩니다. 결국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나 도시락 등으로 한끼를 때우는 일이 늘어난 것입니다.
실제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편의점 수는 2009년 1만4,000여개에서 지난해 2만개를 돌파하는 등 급증했습니다. 동시에 편의점에서 팔리는 컵라면 매출액도 2010년 13.3%, 2011년 29.4%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편의점의 컵라면의 매출액은 2,200억원 규모로, 대형마트 컵라면 매출(980억원)의 2.5배에 달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에서도 컵라면은 주로 편의점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대용량 컵라면이 잘 팔리는 트렌드가 반갑지만은 않군요.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