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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 국내 기업들 "어려울 땐 현금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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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 국내 기업들 "어려울 땐 현금이 최고"

입력
2012.06.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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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현금확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재무전략이 부채줄이기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젠 빚을 내서라도 현금을 늘리는 쪽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자산매각,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등 방법을 총동원하며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4일 GS에너지와 KB국민은행 컨소시엄에 발전자회사인 GS파워 지분을 각각 50%씩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55% 감소하는 '어닝 쇼크'를 경험한 GS칼텍스는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포스코는 몇 달전부터 위기대비용 실탄확보차원에서 SK텔레콤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백기사'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주식들을 처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중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며 아시아나항공 역시 다음달 중 1,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은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자금조달을 선호하고 있다. 국내보다 금리가 싸기 때문인데, 전통적으로 선호하던 미국 일본 이외 자금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지난 6일 스위스에서 2억1,50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2,630억원)의 해외사채를 발행했다. SK텔레콤도 지난 달 16일 표면금리 1.75%의 조건으로 3억 스위스프랑(약 3천,700억원)의 해외사채를 발행했다.

롯데쇼핑도 지난 달 처음으로 글로벌본드 발행을 성사해 4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앞선 4월에는 삼성전자가 미주법인을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채권을 발행했으며, 현대자동차도 조만간 발행시기와 규모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소장은 "몇 차례 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들이 일단 현금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차피 상당기간 저금리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비용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빚을 갚기 보다는 현금을 비축해 놓는 편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현금이 많으면 안정적 신용등급을 받아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선순환'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위기로 채권 발행 조건이 악화됐음에도 기업들이 채권시장에 관심이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위기 이후를 대비한 측면도 있다. 신규투자나 M&A를 위한 실탄확보의 목적도 있다는 것. 지난달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인천 LNG 복합화력발전소 3기를 증설하기로 한 포스코에너지가 이달 초 2,00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에 나선 것도 그런 사례다. 장 소장은 "현대차나 롯데 등이 위기 이후 급성장하는 사례를 보며 기업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며 "현금확보는 위기에 대비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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