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양상을 빚었던 D램 반도체 시장에 반전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오랜 공급과잉을 끝내고, 공급부족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수혜자가 예상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C용 D램은 6개월째 가격이 오르고 있으며, 모바일 D램은 하반기부터 가파른 가격반등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D램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의 주기억장치(메모리)로 쓰이는 반도체.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았고, 하반기엔 애플도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메모리를 늘린 점. 삼성전자 ‘갤럭시S3’와 팬택 ‘베가 레이서2’는 1GB 모바일D램을 채택했으며 LG전자 ‘옵티머스 LTE 2’는 2GB 모바일D램을 장착했다. 애플도 아이폰5에서 메모리를 기존 512MB에서 1GB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스마트폰이 대용량 추세로 바뀌면서 모바일 D램의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해 모바일D램의 공급은 제한적이다. 우선 손 꼽을 만한 공급업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일본 엘피다 정도. 이 중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엘피다는 우선협상대상자인 미국 마이크론이 8월 중 일본 도쿄법원에 제출할 회생방안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마이크론이 엘피다의 모바일D램 시설에 눈독을 들이는 만큼 생산은 계속되겠지만 갑자기 공급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모바일D램 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20%를 웃도는 SK하이닉스 두 업체에 수요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도 올 수 있다는 것이 시장 분석이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D램의 수요증가율이 2분기 14.2%에서 3분기 26.8%, 4분기 50.5%로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하이닉스 엘피다가 공급 물량을 늘려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PC용 D램의 가격상승도 모바일D램의 공급 부족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0.88달러였던 D램(DDR3 2Gb 기준) 가격은 지난달 말 1.17달러로 30% 이상 올랐다. PC용 D램 가격이 꾸준히 오르다 보니 D램 제조업체들이 PC용에 집중하면서, 모바일D램의 공급량은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모바일 D램 가격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4GB가 7.5달러, 8GB는 15달러다. 지금 추세라면 하반기엔 가격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C용 D램 비중이 높은 일본 엘피다와 대만업체들이 가격이 오르는 PC용 D램에 더 치중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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