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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의 시험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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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의 시험지옥

입력
2012.06.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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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험지옥- 과거> 란 책을 다시 읽어 보았다. 이 책에 따르면 과거제도가 존재했던 옛날의 중국은 상상을 초월하는 시험지옥이었다. 관료가 되려는 중국의 젊은이들은 과거시험 공부만을 위해 청춘을 소모했다. 물론 그 공부 대상은 주로 사서 오경 등의 유교 경전이었다.

이것은 중국 사회를 정체 시킨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세계의 중심이라 자부했던 중국이 서구 열강들에게 무릎을 꿇은 중요한 원인이 과거제도에 있었다. 과거제도는 중국의 수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오로지 사서 오경 등의 고전 공부에만 매달리게 만들었다. 중국의 젊은이들을 고전 공부라는 좁은 틀 안에만 가둬 놓아 진취적 기상이 사라지게 만들고, 유교 이외의 다른 학문이 발전하는 것을 막았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청춘을 바쳐 열심히 공부했지만 바로 그로 인해 중국문명이 쇠락하고 결국은 서양에 뒤처지고 말았던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또한 시험지옥이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삶이 시험공부로 소모되고 있다. 과거가 아닌 대학입시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문제를 생각하면 시험은 원수인 것만 같다. 시험만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하지만 시험이 없으면 대학은 무엇으로 인재를 선발하는가. 핏줄? 돈?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난감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역시 시험이 그 중 낫다. 물론 시험은 편협하다. 인간 능력의 너무 많은 것을 놓친다. 시험 위주의 교육은 편협하다. 교육의 너무 많은 것을 잃게 한다. 그래도 결국은 시험 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 시험이 아닌 다른 어떤 것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긍하겠는가. 시험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에는 분명 부작용이 있지만 그렇다고 시험이 아닌 다른 것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시험 성적이 아닌 다른 것에 좌우되는 입시결과에 대해 국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시험 성적 위주의 학생 선발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입학사정관제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과도함에 있다. 시험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지나치게 과도한 시험이 문제인 것이다. 사실 중국의 과거제도만 해도 한편으로는 그것은 위대한 제도였다. 18세기 서양의 계몽 사상가들이 이상으로 삼았던 제도였다. 마테오리치를 비롯한 서양의 선교사들이 중국에 가서 깜짝 놀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과거제도였다. 그들은 과거제도를 서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거의 완전한 형태의 문관 선발제도로 여겼다. 결국 문제는 그 과도함이었다.

시험은 피할 수 없다. 함부로 피하려다간 더 나쁜 것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히 통제해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이 시험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중고등학교 기간에 치러야 하는 중간ㆍ기말고사만 총 24번이다. 그 24번의 시험이 모두 학생들을 냉혹하게 줄 세우는 시험이다. 고교의 경우엔 1년에 몇 차례씩 수능모의시험을 치른다. 이 또한 냉혹한 줄 세우기가 행해진다. 학교와 학원의 수업이 상당 부분 시험을 위한 문제풀이 수업이고, 학생들의 공부는 거의 전부가 시험을 위한 문제풀이 공부다.

이달 26일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가 치러진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부터 전국이 한날 한시에 보는 일제고사 형태로 실시되는 시험이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시험을 고집하는 걸까. 나의 눈에는 너무 비만이어서 탈이 난 사람에게 더 살을 찌우라고 강요하는 것처럼만 보인다. 게다가 정부는 이 시험을 통해 은근슬쩍 시·도교육청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행동까지 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일제고사 순위 경쟁을 벌이면 어떻게 될까. 나의 눈에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 이명박 정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기정 서울 북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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