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들인데…, 아이고 내 아들."
뒤늦게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아들의 영정을 마주한 고 김효준(48) 삼성물산 부장의 어머니 김영분(74)씨는 끝내 바닥에 쓰러져 오열했다. 1999년 큰 아들 고 김현준 삼성썬더스 농구단 코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지난해에는 남편도 잃었다. 그런 그에게 둘째 아들은 마지막 버팀목이었다. 아들을 애타게 부르는 김씨의 외침에 숙연했던 빈소는 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19일 오전 지난주 페루 헬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삼성물산 직원 4명의 합동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페루 헬기사고 희생자 시신은 18일 밤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 부장, 유동배(46) 차장, 우상대(39)과장, 네덜란드 출신인 에릭 쿠퍼(38) 과장의 유족들은 빈소 옆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조문객들을 대면했다. 오전 10시쯤 빈소를 찾은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을 굳게 잡으시고 회사는 우리가 반드시 훌륭하게 키워 고인들께 보답하겠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빈소에는 김 부장의 형인 고 김현준 코치가 선수, 코치로 몸담았던 삼성썬더스 농구단 이성훈 단장과 정성술 사무국장, 김동광 감독 일행도 조문했다.
동료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삼성물산 직원 강모(33ㆍ여)씨는 "최선을 다해 일하던 고인들의 죽음에 직원들 모두 황망해 하고 있다"며 "일과가 끝난 후에도 다른 직원들과 빈소를 다시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선수단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기아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페루 헬기 순직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팔에 검은 리본을 달았다.
페루 헬기 사고 희생자 중 수자원공사 김병달(50) 팀장의 빈소는 충남대병원에, 한국종합기술 전효정(48) 상무와 이형석(43) 부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각각 마련됐다. 서영엔지니어링의 임해욱(56) 전무와 최영환 전무(49)의 장례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러진다. 희생자들의 장례는 모두 공사ㆍ회사장이며 발인은 21일 오전이다.
글ㆍ사진=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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