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옛사랑만 안 올까. 울 리 없는 건 새 사랑도 마찬가지일 거다. 연애만큼 형평성에 근거할 수 없는 감정이 또 어디 있으랴. 돈을 벌기 바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쓰기 바쁜 사람이 있듯, 매일같이 사랑에 울고 웃는 친구가 있다면 매일같이 사랑을 기다리다 지친 친구가 있는 것이 우리들 삶의 현주소이거늘, 40줄을 향해가는 이즈음의 주말마다 사랑 타령에 바쁜 네 남자 보는 맛에 텔레비전 앞에 죽치고 앉게 되는 나다.
'신사의 품격'이라는 제목의 주말드라마라지. 보는 순간 안구가 정화되느니 순정 만화에서 걸어나온 캐릭터들이 말도 할 줄 아냐느니 김하늘처럼 생긴 주제가 아니면 질투도 말라느니 별별 호평 속에 내가 애초에 주목하는 건 그들의 외모도 아니요, 엉킨 관계도도 아니요, 다만 사십대의 사랑관이 궁금해서였다.
이를테면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사랑을 직시할 수 있는 사람만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를 기다렸다고나 할까. 기대가 컸던 것일까. 지금껏 봐온 결과로 보자면 속마음을 콕 찌르는 대사 한 줄보다 그들의 꾸밈새와 그들의 여유로움이 내 피부를 쓸고 가는 게 사실이었다.
기뻐도 술 마시고 슬퍼도 술 마시고 사랑도 돈이 있어야 아름다울 수 있는 거구나, 를 보여주는 현실 아닌 절실. 그게 뭐가 재밌어 다 늙어 드라마 타령이냐고 타박들 마시라. 나는 지금 사랑 공부 중이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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