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뉴스, 심지어 루머나 소문에도 들썩이는 테마종목들이 일반 종목보다 50% 가까이 고평가돼 거품이 심각한 걸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테마종목의 시세조종 여부에 대해 단속의지를 밝히자 관련 종목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31개 테마종목 전수조사(지난해 6월~올해 5월 16일) 결과에 따르면, 테마종목 주가는 일반종목(1,409개) 주가가 하락하며 횡보하던 작년 9월부터 급격히 올라 5월 현재 일반종목에 비해 46.7%(괴리율) 높은 상태다. 다른 종목이 100원 오를 때 테마종목은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약 147원 올랐다는 의미다.
특히 실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테마종목 기업의 절반(63개)은 경영실적이 악화했는데, 이중 30곳이 적자 지속이나 적자 전환상태였다. 그런데도 지난해 실적이 악화한 테마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137%)이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테마종목(68개)의 평균 주가상승률(134%)보다 높았다. 올 1분기엔 실적악화 기업 수가 67개로 더 늘었다.
투자위험도 컸다. 분석기간 중 주가지수 변동폭(32%)의 5배 가까이(154%) 등락하는 등 주가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결국 테마종목 상승의 이득은 대주주 등에 집중됐다. 테마종목 64곳의 대주주 202명(특수관계인 포함)은 주가가 급등할 때 약 1억2,972만주(약 6,406억원)를 팔아 치웠다. '급등사유 없음'이라는 조회공시를 내는 와중에 14개 업체의 대주주가 100억원 이상 매도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주가 이상급등으로 테마종목의 시가총액은 한때 34조3,000억원까지 불었으나 금융당국의 집중단속 이후 지난달 16일 기준 23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수준(19조8,000억원)보다는 여전히 많고, 주가 역시 높은 수준이라 추가 하락할 여지는 남아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테마주특별조사반을 상설조직으로 전환하고, 대주주와 시세조종 세력과의 연계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실적과 관계없이 단순히 테마라는 이유만으로 상승하는 종목에 대한 투자는 가급적 삼가라"고 투자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발표로 직격탄을 맞은 건 '안철수테마'로 불리는 종목들이었다. 써니전자(12.58%) 우성사료(9.02%) 케이씨피드(9.75%)가 폭락했고, 안랩은 2.62% 내렸다. 바른손과 우리들생명과학 등 문재인테마, 넥센테크와 한라IMS 등 김두관테마 종목들의 낙 폭도 컸다. 박근혜테마는 상대적으로 덜 내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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