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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관리사들 "우린 파리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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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관리사들 "우린 파리목숨"

입력
2012.06.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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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간호사 생활을 접고 지난해 6월부터 경북 A시에서 의료급여관리사 일을 시작한 최모(34ㆍ여)씨는 같은 해 8월 독거노인 김모(67)씨를 맡게 됐다. 허리가 불편하고 고혈압, 수면장애 등을 앓고 있던 김씨는 매일 병원을 찾던 환자. 불규칙한 식생활, 잦은 흡연 등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최씨의 조언에도 아랑곳 않던 김씨도 끈질긴 설득에 보건소 금연 교육을 받고, 병원 대신 노인복지관에 '출근 도장'을 찍는 등 생활 습관을 바꿨다. 덩달아 정부가 들였던 김씨의 의료비용도 2010년 585만원에서 지난해 340만원으로 줄었다.

최씨가 보람을 느낀 것도 잠시, 계약 1년을 앞둔 지난 5월 A시는 최씨에게 계약 해지 통보를 했고, 다시 기간제 계약직 채용 공고를 냈다.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계약직 근무자는 고용기한 제한이 없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의료급여 관리는 오랜 시간 동안 의료급여 수급자의 가치관과 생활방식까지 바꿔야 하는 일인데 시에서 단기계약직을 쓰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허탈해 했다. 그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같아 의료급여관리사 일을 포기했다.

보건복지부가 저소득층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을 관리하고 지나치게 많이 병원을 찾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2006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의료급여관리사로 배치한 3~5년 경력의 간호사는 모두 500여명. 이들은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 관리와 함께 정부 의료급여 예산을 2010년 551억원, 2009년 271억원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무기 계약직을 보장 받은 이는 260명에 불과하다. 월 기본급(167여 만원) 이외에는 시간외 수당, 상여금, 출장비 등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서지이 의료급여관리사 전국지회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계약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는 것은 물론 1년 이상 계약 때 발생하는 퇴직금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급여관리가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예산을 나눠 부담하는 사업이어서 의료급여관리사의 고용과 처우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2007년 의료급여관리사에 대해 "상시·지속적 업무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자치구 상용직 내 의료급여관리직을 신설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지자체에 보냈지만 강제력은 없다. 서울 J구에서 2년 근무 후 계약 해지돼 2010년 K구로 옮겨야 했던 의료급여관리사 조모(42·여)씨는 "간호사 경험을 사회의 꼭 필요한 곳에 쓰겠다는 자부심으로 시작했다가 이런 상황에 지쳐 그만둔 사람도 많다"며 "근로 여건조차 안정되지 않는데 어떻게 의료급여 수급자와 안정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의료급여관리사는 고용노동부가 올 초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 지침' 대상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의료급여관리사들은 "고용을 둘러싸고 여러 기관들이 서로 '네 책임'이라며 미루는 등 의료급여관리 사업의 비효율적 운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난달 말부터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 의료급여관리사 이모(39)씨는 "급여관리사들의 불안한 상황은 결국 이들이 관리해야 할 저소득층 의료수급자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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