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사에서 좌파가 거둔 최대 승리"(BBC방송)
17일 실시된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사회당 블록이 절대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이는 올랑드 정부가 다른 좌파 정당과 연립정부를 꾸리지 않고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의미여서 그의 성장정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총선 개표 결과 사회당은 전체 하원 577석 중 280석을 얻었다. 사회당과 정책 공조를 선언한 DVG당(중도좌파) 및 급진좌파당(PRG)이 각각 22석과 12석을 얻어 사회당은 우호세력을 포함해 314석의 절대과반을 확보했다. 녹색당(17석)과 좌파전선(10석)의 의석을 더할 경우 좌파계열 정당들은 343석에 달한다.
반면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은 194석을 얻는데 그쳐 기존 304석에서 100여석을 잃은 참패를 당했다. UMP와 연대한 신중도당 등 중도우파 정당의 의석수를 다 합쳐도 229석에 불과하다. UMP의 참패는 1988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정부에 대선과 총선을 모두 내준 이후 최악이다. 한마디로 이번 총선은 좌파의 약진과 우파의 몰락으로 요약된다.
UMP는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일했던 클로드 게앙 내무장관 등 당 지도부까지 대거 낙선해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올랑드의 사회당은 지난해 9월 상원에 이어 대권과 하원마저 장악함으로써 외치(대외정책)와 내치(경제개혁)를 아우르는 든든한 동력을 얻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멕시코 칸쿤으로 향하는 올랑드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전했다. 칸쿤에서는 18일부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올랑드는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에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 등 '프랑스식 해법'을 강조할 게 확실하다. 프랑스 주간 주르날 뒤 디망슈에 따르면 올랑드는 14일 유럽 각국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1,200억유로 규모의 투자계획과 금융거래세 도입 등을 포함한 '성장협약'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랑드의 국내 경제개혁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는 취임 직후 총리ㆍ각료 보수 30% 삭감, 국영기업 경영진 임금 제한, 연금수령 개시연령 환원 등 일련의 개혁 조치를 취해 왔다. 이번 총선 승리로 야당의 반발을 잠재우고 부자증세, 법인세 인상, 감세혜택 축소 등 다른 대선 공약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과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5%, 2013년엔 3% 수준까지 낮추기로 약속했다. 적자폭을 줄이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다시 지출을 늘려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성과(총선 승리)가 경제 실패(성장률 하락)에 의해 조기에 묻힐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재무장관은 "프랑스는 유럽의 파트너들과 합의한 적자감축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정책파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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