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12년 회계연도(2011년 10월~2012년 9월) 무기수출이 6월 현재 사상 최대인 500억달러(구매계약 기준)를 넘어섰다고 앤드루 사피로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가 14일 밝혔다. 3개월 남은 이번 회계연도 최종 집계가 나오면 규모는 6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액인 300억달러에서 2배나 늘어난 규모다.
미국 무기의 최대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다. 사우디는 294억달러 규모의 전투기 구매협정을 체결했다. 최첨단 전투기 F-15SA 84대 구매, F-15전투기 70대의 성능개선, 탄약과 부품, 훈련 제공 등이 협정에 포함됐다. 일본은 F-35 통합타격 전투기 42대를 100억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무부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노르웨이도 F-35 전투기를 100억달러 어치 구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전망도 밝다. 내년에는 한국과 인도 등이 주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아파치 헬기 22개를 14억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고, 총 80억달러의 무기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10월 차기전투기사업(FX) 기종으로 록히드 마틴의 F-35나 보잉의 F-15SE를 선정하면 미국으로선 최소 80억달러 수출이 가능해진다.
무기수출은 미국 경제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준다. 미-사우디 안보협정으로 미국에 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유지되고, 44개주에 걸쳐 600여 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
사피로 차관보는 "대사들 뿐 아니라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해외고객을 만나 (무기수출을) 홍보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 덕분에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무기와 서비스 수요가 전에 없이 강력하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는 "미 행정부가 국방비 감축으로 자체 무기수요가 급감하자 안보의 한 축인 방산업체들을 위해 해외에 무기수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미 국무부 국방물자수출통제국(DDTC)에 따르면 2011년 한국에 수출이 허가된 무기는 29억달러 어치다. 항공기 및 관련 장비(9억7,000만달러), 레이더 등 전자장비(15억3,000만달러)가 대부분이다. 이는 2010년 한국에 수출이 허가된 무기 규모 48억8,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인데, 일각에선 지난해 F-15K 전투기 타이거아이 센서 무단분해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한국에 허가된 무기수출은 각각 19억2,000만달러, 19억4,000만달러 규모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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