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포츠 신문에 야구 관련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솔직 담백한 감정적 토로가 필요하다며 야기된 지면 안에서 내 멋대로 떠들어대기를 한 달,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다 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게 되었다. 세상에나 이런 관심은 난생 처음이었던 터, 그야말로 악플들의 향연이 게서 벌어지고 있지 뭔가.
생각해보니 이는 자초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팔도의 야구팬들을 보건대 저마다 응원하는 팀에 얼마나 예민한지 짐작은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무시하시라는 담당 기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일이 내 글에 붙은 남의 글을 읽어나가는데 처음에는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르게 하던 분노가 차츰 가라앉더니 어느새 싱겁게 웃고 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가 성질 급한 한국인들 아니랄까봐 글쎄, 끝까지 글 다 읽은 이는 몇 없고 죄다 제목에 꽂혀서는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던 것이다. 아, 이래서 제목은 데스크의 몫이라고 신문사에서 끝까지 우겼던 걸까.
그래 봤자 새 발에 피 정도라 킥킥 웃어가며 악플 읽어나가는 나라지만 유명 연예인들은 어떻게들 견디나 새삼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위암 4기임에도 임신에 결혼 소식을 알린 울라라세션의 임윤택, 축하 마땅할 일에 어처구니없는 악플들로 주치의까지 소견서를 공개하는 이 미친 분위기 속 씁쓸한 입맛을 어찌 달랠까. 그저 악착같이 장수만세로 복수할밖에!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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