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ㆍ레알 마드리드)가 포르투갈의 유로 2012 8강 진출을 이끌며 전 세계 '안티'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호날두는'안티'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조금이라도 기대에 어긋나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 2012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과의 B조 조별리그 1차전과 덴마크와의 2차전에서 무득점에 그치자 부진을 성토하는 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결정적인 두 번의 득점 찬스를 놓친 덴마크전에서는 일부 관중이 그를 향해 리오넬 메시(25ㆍ바르셀로나)의 이름을 연호하며 조롱했다.
필생의 라이벌을 끌어 들인 야유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호날두는 1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프 메탈리스트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두 골을 터트리는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포르투갈을 8강에 올려 놨다. ▲강팀을 만나면 침묵한다 ▲결정적 고비에서 부진하다 ▲'메이저 대회'에 약하다 등 그에 대한 비관론을 일거에 잠재워버린 맹활약이었다.
포르투갈이 8강 자력 진출을 위해서는 네덜란드전에서의 승리가 필요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2연패로 궁지에 몰린 네덜란드는 '조커'로 활용하던 클라스 얀 훈텔라르(샬케04), 라파엘 판더바르트(토트넘)를 선발 출전시키며 배수진을 쳤다. 전반 11분 판더바르트의 선제골로 네덜란드가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호날두의 발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며 흐름은 반전됐다. 전반 15분 호날두는 미드필드 왼쪽을 돌파해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다. 볼은 골포스트를 맞고 코너 아웃됐지만 이후 포르투갈은 활화산 같은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전반 28분 호날두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주앙 페레이라(발렌시아)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패스를 찌를 때 기막히게 상대 수비 배후로 침투해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만들었고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호날두는 이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다. 문전 35m 전방에서 전매특허인 미사일 슈팅을 때리는 등 상대 수비의 작은 틈새만 보이면 지체 없이 슛을 때리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네덜란드 수비진의 무거운 발은 불 붙은 호날두의 엔진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호날두는 후반 29분 역습 찬스에서 루이스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킬 패스를 문전에서 받아 한 템포 늦춘 후 오른발 슛, 골 네트를 갈랐다. 포르투갈의 8강행이 사실상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후반 44분 날카롭게 깔아 찬 슈팅이 골 포스트를 때리며 해트트릭은 아쉽게 무산됐다.
호날두는 유로 2008 개막에 앞선 2007~08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42골을 터트리며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유로 2008에서 한 골에 그쳤고 포르투갈은 8강에서 탈락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북한과의 조별리그에서 1골에 그쳤고 팀은 16강에서 탈락했다. 유로 2012 초반 부진하자 "큰 대회에서 맥을 추지 못한다"는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호날두는 네덜란드전 맹활약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편견'에 불과함을 확인시켰다. 그는 네덜란드전을 마친 후 "이제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포르투갈은 22일 오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 B조 1위 체코와 맞붙는다. 덴마크를 2-1로 꺾고 3연승으로 B조 1위를 차지한 독일은 23일 그다니스크에서 B조 2위 그리스와 4강 진출을 다툰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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