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임기가 시작되는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가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21년 동안 수감됐다 풀려난 뒤 의문사한 중국의 반체제 인사 리왕양(李旺陽)을 기리는 행사에 참석했다. 렁 당선자의 행보는 그가 시진핑(習根平) 국가 부주석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앙 정부와의 교감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내달 1일 홍콩 반환 15주년을 맞아 이곳을 찾을 것이란 점에서도 예사롭지 않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렁 당선자는 16일 이웃과근로자서비스센터(NWSC)라는 단체가 주최한 리왕양 추모 행사에 참석, 리씨를 위해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NWSC 관계자는 "렁 당선자를 초청할 때 리씨에 대한 묵념이 있을 것이라고 미리 알렸다"고 밝혔다. 렁 당선자는 최근 리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홍콩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관심을 중앙정부 등에 전달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렁 당선자는 앞서 톈안먼 사건 추모 집회에 참석해 달라는 다른 시민단체의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일각에선 렁 당선자가 7월 1일 홍콩 주권반환 기념일을 앞두고 후 주석이 홍콩을 방문하기 전에 진상규명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그러나 사실상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홍콩 행정장관이 톈안먼 사건과 관련한 인사의 추모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만으로도 진일보한 것이란 평가가 적잖다.
수감 생활 도중 실명한 노동 운동가 리씨는 6일 후난(湖南)성 사오양(邵陽)시의 한 병원에서 창문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으나 발이 땅에 닿아 있어 타살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시신이 화장돼 논란이 일고 있다. 후난성의 공안국은 특별 조사팀을 구성, 재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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