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출구조사 결과 단독 과반 의석 정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스 정치권은 또다시 복잡한 경우의 수를 놓고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협상 결과에 따라 차기 총리가 결정되고 최악의 경우 총선을 또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일단 차기 총리 자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인물은 안토니스 사마라스(61) 신민당 대표다. 신민당은 총선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시리자를 제치고 다수당에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민당이 확보할 수 있는 의석 수는 제1당에 우선 배분되는 50석(16.6%)을 합쳐도 과반 의석(151석)에 모자라기 때문에 사마라스는 즉각 연정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1당 대표가 연정 협상의 우선권을 가지지만 1당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2ㆍ3당이 협상권을 넘겨 받는다. 여기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이 개입해 거국연정 협상을 하고 실패하면 총선을 또 치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마라스가 유로존 채권자와 그리스 재계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경제계의 한 인사는 사마라스를 '거리의 투사 정치인'으로 묘사하며 "경제를 재건하고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문제에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신민당의 원로들이 연정 협상에 개입해 사마라스 총리 선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높다고 FT는 전했다.
5월 총선 이후 권력 공백기에 임시 총리직을 무난하게 수행한 판사 파나기오티스 피크라메노스(67) 현 총리, 게오르기오스 프로보풀로스(62) 중앙은행 총재, 경제 관료 출신의 루카스 파파데모스(65) 전 총리 등도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비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지금까지 그리스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개혁을 마무리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38) 시리자 대표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그러나 치프라스가 총리에 오르거나 차기 연정에 참여하는 경우 유로존에 구제금융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그리스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는 자발적 탈퇴가 아닌 강제퇴출의 방식으로 유로존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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