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안정이냐 정권 교체냐."
이집트 민주화 혁명의 완성 여부를 판가름할 대선 결선투표가 16, 17일 이틀간 치러졌다. 5,000만명의 이집트 유권자들은 지난해 2월 '아랍의 봄' 이후 16개월 만에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자유ㆍ민주선거를 통해 뽑게 됐다.
AFP통신은 "이슬람 최대 정치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1) 후보와 구 정권을 대표하는 아흐메드 샤피크(71) 후보가 예측불허의 각축을 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선거는 전국 1만3,000여개 투표소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됐으며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당선자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선은 당초 이슬람주의자 대 구정권 인사의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두 후보는 모두 보수 성향이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무바라크 통치 시절 박해를 받았던 무르시의 무슬림형제단이 해금 이후 의회 권력의 47%를 차지하며 혁명 세대를 대표하는 신 세력으로 성장한 반면, 전 정권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샤피크는 기득권의 상징으로 치부돼 왔다.
뚜렷한 대척점에 균열이 생긴 것은 결선투표를 이틀 앞둔 14일 헌법재판소가 의회 해산을 명령하고 샤피크의 후보 자격을 인정하면서부터다.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SCAF)가 입법부에 이어 행정부까지 이슬람 세력에게 넘겨줄 위기에 처하자 사법부를 조종해 '합법적 쿠데타'를 시도한 것이다. 입법권을 회수한 SCAF는 대선에서 무르시가 승리하더라도 향후 총선 일정을 좌지우지하고 대통령 권한을 규정하게 돼 무슬림형제단을 견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달 말로 예정된 권력이양 시기도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무르시는 마지막 유세에서 "(헌재의 결정은) 민주주의 행진을 가로막는 명백한 쿠데타"라며 "이집트 민중을 민주화의 성지인 타흐리르광장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정당조직 자유정의당(FJP)은 의회 해산은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부가 의회 해산을 통해 무슬림형제단의 활동에 족쇄를 채웠지만 샤피크에게 반드시 유리한 결정은 아니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진 만큼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민심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개혁 욕구가 강한 유권자들은 성향에 관계없이 무르시 쪽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이 있다. 카이로 인근 임바바에서 투표한 헤바 마흐무드(30)는 "1차 투표에서 좌파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엔 무르시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며 "무슬림형제단이 아닌 구정권 퇴출에 투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유권자들이 정치적 안정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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