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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식인(食人)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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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식인(食人) 범죄

입력
2012.06.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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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곳곳에서 엽기적 식인범죄가 줄을 잇는다. 당장 이 달 초 캐나다에서 전직 포르노배우가 중국유학생을 살해해 먹는 장면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붙잡혔고, 앞서 두어 달 사이에 미국과 러시아에서 총 4건의 식인범죄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중반 '지존파'나 2000년대 살인마 유영철이 식인범죄를 저질렀다. 식인행위는 범죄심리학적으로 지배와 소유욕구의 충족 목적으로 설명된다. 현실에선 욕망 해소가 불가능한 나약함의 반영임은 물론이다.

■ 수원 여성납치살인사건의 범인 우웬춘에게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면서 "사체를 (타인에게) 인육으로 제공하려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시신을 치밀하고 잘게 훼손한 점이 범행은폐만을 위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딘가로 유통시키려 했다는 뜻이다. 그 동안 많은 이들이 피해자 시신에서 체액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범인의 성폭행 후 우발살인 주장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앞서 싸이코패스적 범죄와 전혀 다른 양태의 식인범죄다.

■ 문득 90년대 중국무협영화 이 떠오른다. 한번 맛보면 결코 잊지 못한다는 인육만두를 파는 여관이름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의 인육만두집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기이한 건 식인행위에 무감한 중국문화다. 만두속이 될뻔한 무송은 도리어 만두집 주인을 호걸로 격려하고, 악귀 같은 이규 같은 자는 예사로 인육을 먹으며 영웅호걸로 행세한다. 하기야 삼국지에도 유비가 촌로에게 인육을 대접받는 장면이 충(忠)의 사례로 나올 정도니까.

■ 고대 여러 문화권에서 성행했다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ㆍ식인풍습)은 대개 종교적인 의미였거니와, 그것도 타문화를 폄하할 목적으로 크게 과장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만 중국에선 송대에도 인육판매 금지조치가 있었을 만큼 오랜 기간 악습이 존속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구에선 최근 식인범죄 빈발로 '좀비 종말론'까지 등장했다는데, 끔찍한 보양식용도일 가능성이 큰 인육유통의 부활은 어찌 봐야 하나. 아무래도 '탐욕 종말론'이 더 맞는 것 같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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