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수감생활을 하면서 기사를 보고 인체조직을 기증하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피부와 뼈, 연골, 인대 같은 인체조직 기증에 관한 한국일보 보도(5월26일자 1ㆍ2ㆍ16ㆍ17면)가 나간 후 곳곳에서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뜨겁다. 17일 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에 따르면 평소 기증 신청이 거의 없는 주말인데도 보도가 나간 지난 26일 하루에만 온라인으로 인체조직 기증 서명을 한 사람이 20명에 이른다. 과거 조직이식 수술을 하던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송모(41)씨는 인터넷으로 기증 신청을 하면서 "인체조직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잘 알기 때문에 기사를 보고 바로 신청한다"고 말했다.
보도 후 나흘 동안에만 25명이 전화를 걸어와 기증 서약을 했다. 대부분 "평소에 (인체조직 기증을 할) 마음은 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신청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봉사단체인 양푼속사랑회 회장 임영길(70)씨는 "거리에서 밥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내가 하고 있는 봉사 외에도 인체조직 기증에 동참해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인체조직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의 몸으로 인터넷이나 통화가 여의치 않은 수감자들로부터도 여러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경기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권모씨는 인체조직기증재단으로 보낸 편지에서 "지금껏 봉사 한 번 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며칠 전 한국일보를 읽다 우연히 인체조직 기증에 대해 알게 됐고, 조직 기증을 통해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조직 희망등록 서약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건설업을 하다 부도가 나 전남 해남교도소에 수감된 백모씨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똑같은 인간"이라며 "피해자 분들께 미안한 마음과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이 한 몸 희생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며 "7년 전 장기기증 서약을 하면서 20여명을 설득해 함께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상수 인체조직기증재단 홍보교육팀장은 "입법이 얼마 안 된 인체조직법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기본적으로 축적된 기증자가 있어야 하는데 워낙 숫자가 적다"며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체조직의 국내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 인구 100만명 당 3명 정도에 불과한 기증자 수가 최소한 20명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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