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초ㆍ중ㆍ고 교사들은 '청렴퀴즈' 3문제씩을 풀어야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다. 컴퓨터를 열자마자 뜨는 퀴즈를 풀지 않으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접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교육청의 청렴교육은 전국에서 가장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리에 연루되면 한번 만에 교단에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와 학교를 직접 방문해 교원들에게 실시하는 '찾아가는 맞춤형 청렴교육'을 도입했다.
이런 청렴교육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이다. 2010년 7월 교육감 취임 후부터 교원들의 비리 근절에 발벗고 나섰다. 그런 그가 '옷 로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유치원 원장 2명으로부터 200만원 상당의 고급 옷 3점을 받았을 뿐 아니라 유럽출장 길에 이들을 동행시켰다. 전남 광주시에 있는 이 최고급 의상실은 체형에 맞게 옷을 맞춰주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임 교육감은 그러한 고급 옷을 선물 받으려고 부산에서 광주까지 먼 길도 마다 않고 달려갔다. 얼마 후에는 혼자 의상실을 찾아가 옷 한 점을 더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1년이나 지나 입던 옷을 슬그머니 의상실에 되돌려줬다.'옷 로비'뿐이 아니라 유아용 교구업체와의 특혜의혹도 불거졌다. 유럽 출장 길에 업체대표 부부와 동행했는데, 이 업체 제품을 일선 학교에서 구매토록 했다는 것이다.
임 교육감은 물의를 빚자 기자회견을 갖고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청렴교육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거취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가 찰 노릇이다. 교사들에게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청렴을 강조해놓고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뻔뻔스럽기조차 하다. 비리를 저지른 교육감의 어떤 말이나 정책도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는 없다. 지금 부산의 교육계는 임 교육감의 두 얼굴에 극도의 충격과 허탈감에 빠져있다. 경찰 수사와는 상관 없이 하루라도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이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자,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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