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평양을 방문한 필자는 가는 곳마다 "임수경을 아는가?", "임수경이 남한에서 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당시 임수경은 평양에서는 '통일의 꽃'으로 영웅대접을 받았으며 각 선물용품 매대에는 임수경을 하얀 조각상으로 만들어 팔 정도였다. 북한에서 임수경이 입었던 반팔 티셔츠, 통좁은 바지는 대대적인 유행을 불러왔다.
임수경은 북한이 남한의 88서울올림픽을 대항해 1989년에 연'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그해 6월 30일 월북했다. 당시 소위 남한 대학생조직인 '전국대학생협의회' 대표로 일본을 관광한다는 핑계로 출국해 동독을 거쳐 평양에 도착했다. 그 후 47일간을 머무른 후 89년 8월 15일 문규현 신부와 함께 판문점으로 걸어서 넘어왔다.
임수경은 국가보안법상의 탈출과 잠입, 회합, 고무ㆍ찬양, 금품수수 등 13가지 죄목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3년 5개월 옥살이를 한 후 92년 12월 가석방됐다. 김대중 정권에서 사면ㆍ복권됐다. 그녀는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에서 남북관계 방송 및 언론분야에서 활동했고, 유학을 떠나 인권학에 대한 공부도 했다. 그리고 이번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인권에 대한 공부까지 한 임의원이 최근 탈북자 대학생을 상대로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들이 굴러 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 거야?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라며 '변절자'라고 비하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연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조화를 흔들면서 환호하던 북한주민들의 환상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일까.
최근 이런 종북 논란을 빚는 인사들의 부상은 사회의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19대 국회에 진입한 통합진보당 당적을 갖고 당선된 비례대표 중 한 사람은 북한 김일성의 주체 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 지하 조직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지역 책임자를 지낸 자다. 통합진보당에는 13명의 당선자중 지하조직원 활동을 한 주사파 출신의원이 최소 5~6명에 이른다. 이들은 당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도 부르지 않고 북한 3대세습과 북한인권에 대해 일절 언급하고 있지 않다. 19대 국회에는 이런 류의 종북 논란 의원들 뿐 아니라 그 보좌진들이 50명 이상 국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최근 19년 동안 간첩죄로 복역한 자가 대북교역사업을 독점하며 미국 방산업체의 군사용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장비 시스템 자료를 수집해 북에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비전향장기수 출신인 이모 씨는 72년 간첩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90년 가석방되고 2005년 노무현 정권때 20년 동안 북한산 생수 생산 및 판매 독점사업권을 받았다. 당시 법무부의 불가권유를 노무현 정부는 무시했다. 결국 북한을 자신의 조국이라고 생각하며 일관되게 행동했던 이씨는 GPS 교란을 위한 정보자료를 북에 넘기려다 걸려들었다.
한 탈북자는 필자에게 "북한에서는 임수경 같은 일이 벌어지면 즉결총살에 3대를 멸족할텐데 참 대한민국의 법이 약하고 약합니다"라고 말했다. "자꾸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듯하다"고도 했다. 우리는 한번 주체사상에 물들은 자들은 수십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북을 막무가내로 추종하는 현상을 많이 봐왔다. 이들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남한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북의 최종목표인 '한반도의 공산화'를 앞당기는데 전위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국내 주요 언론사들의 방위좌표까지 거론하면서 조준타격을 경고하고 있다. 종북세력들은 이러한 북에 결정적인 정보자료를 제공하려 혈안이 되어있다. 서로 김정은에 충성경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정부는 국정원 등 관계기관을 총출동해 종북주의자들의 전방위적인 망국행위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 북의 위협도 한치의 오차 없이 단호히 막아 내면서 내부의 적들도 속속들이 찾아내 옭아매야 한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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