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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축구 유니폼의 경제학… '11개 광고판' 또 다른 명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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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축구 유니폼의 경제학… '11개 광고판' 또 다른 명승부

입력
2012.06.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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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온(AON)이라는 회사가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 1위 재보험 중개회사다.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이라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축구팬이라면 AON의 존재를 다 안다. 박지성 선수가 뛰는 영국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에도 AON 로고가 박혀 있다.

도박업체 비윈(Bwin)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본 사람이면 Bwin의 이름을 한번쯤 눈 여겨 봤을 터다. 아랍에미리트연합 항공(아스날)이나 에티하드 항공(맨체스터시티)도 로빈 반페르시나 마리오 발로텔리의 가슴팍에 새긴 로고 덕분에 이름을 알린다.

유니폼 로고, 걸어다니는 광고판

최근 유럽 축구 빅클럽들이 아시아ㆍ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이 클럽 유니폼에 로고를 새긴 기업들의 지명도도 함께 오르고 있다. 유니폼 로고는 상품 광고라기보다는 기업이미지 광고에 가까워 정확한 효과를 측정하기 쉽지 않지만, 그 기업의 성장세를 살펴보면 영향력을 유추할 수 있다.

근래에 유니폼 마케팅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의 후원을 받는 첼시는 2011~12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누르고 우승했다. 삼성 로고를 박은 첼시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전세계 수억명 시청자의 뇌리에 각인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백억원의 광고를 쏟아부어야 가능한 홍보 효과를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로 거뒀다고 말한다. 2005년부터 첼시를 후원한 삼성의 지난해 영국 매출은 2004년보다 3배 늘었다.

빅클럽 유니폼이 세계적으로 매년 수백만장씩 팔려 나가는 것도 엄청난 광고 효과다. 젊은층과 청소년들에게 빅클럽 축구 유니폼은 수만~수십만원의 가격을 치르고서라도 사 입기를 갈망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별도의 광고비 한 푼 안 치르고 걸어 다니는 광고판 수백만개를 운용하는 셈이다.

유니폼 스폰서는 당대 최고 기업

유니폼 스폰서가 바뀌는 과정을 보면 당대 글로벌 기업의 흥망을 짐작할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1982~2000년 유니폼 스폰서는 일본의 전자업체 샤프였다. 샤프의 스폰서 기간은 일본 전자업체가 한국 등 후발업체보다 높은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지배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다음 스폰서인 보험사 AIG는 2008년 금융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은 뒤 AON에게 스폰서 자리를 물려줬다. Bwin 이전에 자누시(가전업체)→파르마라트(낙농기업)→지멘스(전자업체) 등으로 손이 바뀐 레알 마드리드 스폰서를 봐도 그렇다. 스폰서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사세가 약해지는 기업이 매년 수백억원을 치르고 스폰서 자격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유럽 주요 축구리그 상위권 클럽의 유니폼 스폰서는 당대의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클럽 정체성과도 같은 유니폼 로고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도박업체 Bwin의 경우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는 최고 축구클럽이 도박업체를 앞장서 홍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도박 광고가 금지된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경기를 치를 때는 Bwin 광고를 떼고 경기에 나선 적도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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