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이라는 무대도, 유니폼 색깔도 서로 달라졌다. 그러나 승리를 위한 두 사령탑의 불꽃 튀는 지략 대결은 여전했다.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과 김경문(54) NC 다이노스 감독이 다시 만났다. 고양과 NC는 15일 창원 마산 구장에서 교류전을 가졌다. 독립 구단인 고양은 올해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팀과 30차례, NC가 소속된 남부리그 팀과 18차례 번외 경기를 펼친다. 2007, 2008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혈투를 벌이는 등 '사령탑'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두 감독이 1년 만에 재회한 이유다.
경기 전 두 감독은 애써 승패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살살 해줘"라는 농담을 던졌고, 김경문 감독은 "1년 만의 재회다.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우리가 오늘 이기고, 일요일엔 져서 공평하게 1승1패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역시 냉정했다. 경기에 들어가자 두 감독 모두 질 수 없다는 비장함을 보였다. 먼저 칼을 빼든 건 김성근 감독이었다. 1회 1번 김영관이 3루수 내야 안타로 출루하자 2번 김정록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가 아니고 1회부터 번트를 지시하는 건 이례적이었다. 그 만큼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이 묻어났다.
고양은 이 찬스에서 2점을 뽑아냈다. NC 선발 원종현이 번트 타구를 1루에 악송구 했고 3번 안신태의 볼넷이 이어졌다. 이어 4번 안태영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경기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단 개개인 능력에서 뒤처진다고 판단, 1회부터 세밀한 야구를 펼쳤다.
김경문 감독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1회 1사후 선발 원종현을 내리고 황덕균을 올리는 과감한 교체를 감행했다. 지난해까지 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믿음의 야구'로 표현됐다. 선발에게 될 수 있으면 긴 이닝을 맡기고 선수를 믿는 게 그의 야구 철학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분위기를 뺏기면 안 된다고 판단한 김경문 감독은 한 박자 빠른 교체로 흐름을 끊었고 결국 2회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5회와 6회 한 점씩을 뽑아내며 4-2로 앞선 7회에는 자신이 '키플레이어'라고 지목한 나성범의 2점 홈런이 터지며 6-2 승리를 거뒀다.
물론 예전처럼 승자와 패자는 있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재현된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은 창원 마산 구장을 후끈 달구기에 충분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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