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소셜한가? / 유승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발행ㆍ184쪽ㆍ7000원
지난해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구글 모바일 혁명' 행사에 참석한 에릭 슈미트 회장이 이런 말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과 연결돼 기존 인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증강 인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만개하고 있는 소셜미디어는 단순히 정보의 빠른 전달 역할만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거리낌 없이 노출하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타인까지 절친한 친구로 만든다. 이 관계망은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실재와 구별하기 힘든, 아니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고 겪어온 사회와 또다른 형태의 엄연한 실재가 돼 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그 관계망의 실체는 낯설다. 그것이 가져올 '혁명'적인 성취 못지 않게 부작용을 염려한다.
는 이런 궁금증과 우려에 대한 알기 쉬운 대답이다.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인 저자가 이 책에서 시도하는 것은 이미 많은 책들이 나와 있는 소셜미디어의 트렌드 분석이 아니다. 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급속도로 집착하게 되었는지, 그것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몰고 왔는지, 그리고 행복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열광하는 이유를 저자는 사회심리학 실험들을 거론하며 '가까움' '전염성' '동시성' '외향성'으로 설명한다. 소셜미디어는 사람과 사람을 가깝게 묶어주고, 그 관계를 통해 칭찬과 비난은 전파된다. 인정과 공감에서 생기는 만족도 적지 않다. 일대 일이 아니라 다수의 친구들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확장성, 자신을 노출하면서 맛보는 쾌감은 매력적이다.
저자는 이 4가지 특성이 키워가는 소셜미디어는 '나약한 인간 개인을 강력한 인간 거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미디어가 인간의 확장'이라는 마샬 맥루한의 예언이 무색할 '증강인류(augmented humanity)'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자신을 거리낌 없이 노출하고, 거대한 무리를 홀로 통제하며, 그들과의 장기적인 관계까지 유지'하며 평판을 관리하고, 자기를 따르는 무리를 확대하는 데서 나아가 좋은 친구를 골라내며 관계를 장기화하는 데서 나아가 스타덤을 누리는 나를 만들어간다.
문제는 이 과정이 저자가 사회과학연구의 최종 목적이자 좋은 사회의 척도라고 보는 '행복(well-being), 통합(integration), 신뢰(trust)'의 방향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의 의미 찾기 욕구를 더욱 촉진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며, 의미찾기 욕구에 부합하도록 더 세부화, 세밀화되면서도 주의력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일상의 장소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 경우 소셜미디어는 'W.I.T를 촉진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저자는 니체의 말을 빌려, 하지만 그것은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삶의 목적의식을 상실하고 쾌락과 만족에 빠져 그럭저럭 살아가는 '최후의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늘 왜 사는지 자문하고 세상을 향해 질문의 그물을 던지는 '위버멘쉬'가 될 때라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소셜미디어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결국 '당신'에게 달린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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