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은 기적에 가깝다.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안타나 4사구, 실책에 의한 출루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아야 퍼펙트게임이 완성된다. 투수 혼자 잘 던져서는 이뤄낼 수 없다. 수비의 도움과 많은 운이 따라야 한다. 또 볼 판정을 하는 주심의 영향도 받는다. 힘든 기록인 만큼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22차례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본 프로야구는 15번 나왔고, 국내프로야구는 아직 없다.
심판이 자신의 커리어 동안 퍼펙트게임 주심을 맡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러나 테드 바렛(47) 심판은 두 번이나 퍼펙트게임의 주심 마스크를 썼다. 바렛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휴스턴의 경기에서 홈 플레이트 뒤에 섰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선발 맷 케인은 총 125개의 공으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그는 또 1999년 7월19일 뉴욕 양키스의 데이비드 콘이 몬트리올을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작성했을 때도 주심으로 현장에 있었다. 이로써 바렛은 2차례 퍼펙트게임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한 심판이 됐다.
바렛은 케인과 콘의 투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전광판에 안타 개수가 계속 0으로 나타나자 케인의 제구가 더 좋아졌다"며 "이날 타자들이 안타를 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콘의 투구에 대해서는 "바깥쪽으로 휘는 백도어 브레이킹볼이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1989년 조 브링크먼 심판 학교를 졸업하고, 1994년에 메이저리그 심판으로 데뷔한 바렛은 유독 의미 있는 경기와 인연이 많았다. 올해 4월22일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필립 험버가 퍼펙트게임을 세울 당시 3루심을 맡았다. 2004년 8월7일에는 애틀랜타의 그레그 매덕스가 통산 300승을 달성하는 경기에서 주심으로 나서기도 했다.
바렛은 "역사적인 순간에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기록지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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