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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MIT 교수의 유쾌한 물리학 강의' 몸개그 석학의 강의 "물리학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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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MIT 교수의 유쾌한 물리학 강의' 몸개그 석학의 강의 "물리학 어렵지 않아요"

입력
2012.06.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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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교수의 유쾌한 물리학 강의/

월터 르윈 지음 / 김영사 발행ㆍ424쪽ㆍ1만6000원

"뉴턴과 아인슈타인처럼 장엄한 근본적 발견을 할 운명을 타고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껏 무르익은 채 탐사를 기다리는 영역은 아직도 엄청나게 많다."(28쪽) 도입부의 진술은 곧 책의 시선이다.

끼니 걱정 해야 하는 적빈(赤貧)의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정부의 대출금으로 등록금을 마련했고, 결국 MIT 정교수가 됐다. 여기까지라면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월터 르윈은 더 나아갔다. 가르침이라는, 또 다른 소명을 거역하지 않은 것이다. 2007년 12월 뉴욕타임스는 그를 1면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물리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열정적으로 전하고 싶었다. 난해한 방정식까지 몸으로 표현할 정도였다. 시쳇말을 빈다면'몸 개그'가 아니라 '몸 물리'다. '물리학의 세계는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학생들에게 깨우쳐 주고 싶었던 것이다. 책은 물리학 수업 시간에 그가 벌인 갖가지 기상천외한 실험과 해프닝의 기록집이다.

할머니가 샐러드를 만들 때 소쿠리에 상추를 넣고 맹렬히 돌려 물기를 빼던 것을 본 기억은 원심분리기와 가상 중력 등 물리학의 원리와 연결된다. 그의 물리학 강의는 그처럼 세상에 대해 눈 떠가는 경이의 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해변을 따라 걷다 바닷물에서 생성된 포말이 작은 무지개를 만드는 현상에서 편광의 원리, 소리굽쇠나 바이올린의 현이 만들어내는 음파의 원리를 도출한다. 바닥과 절연된 유리판 위에 학생을 올려놓고 고양이털로 30초 문질러 정전기를 발생시킨 뒤 강의실의 불을 끈다. 네온 플래시 튜브를 들고 있던 저자가 다른 쪽 끝을 그 학생에게 갖다 대면 플래시가 갑자기 번쩍 한다. 3만 볼트로 충전된 전하가 일시에 방전되기 때문이다."아주 효과적이면서 매우 즐거운"(202쪽) 여러 실험 중 하나다.

모든 움직임을 과학 강의와 연관 지은 학자의 이야기에 결국 독자는 감동된다. 그가 가르친 것은 물리 이론이 아니었다. 삶의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강의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강의가 끝난 뒤 여러분의 인생은 이전과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결코!"(118쪽)

책을 읽고 나면 우리에게는 저 같은 스승이 있는지, 절로 자문하게 된다. 그는 "강의실을 온통 유쾌한 웃음 바다"(156쪽)로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기초 물리학 강의가 전공이 아니었다. 실은'엑스선 천문학'이라는 미증유의 분야를 개척한 대학자라는 사실은 르윈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무수히 등장하는 인물과 용어는 자칫 읽기 쉬운 교양서 정도로 머물렀을 법한 책을 견고한 구체성으로 무장시킨다. 저자가 독자를 보다 깊은 물리학의 세계로 유도하기 위해 관련 웹 사이트의 주소 등을 배치해 두었다. 번역은 순천대 과학교육과 고중숙 교수가 맡았다. <내 머리로 이해하는 e="mc2"> 등 일반인을 위한 교양 과학 서적을 여러 권 옮기고 쓴 내공이 엿보인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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