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시리아 사태에 대해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ㆍNFZ)' 설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NFZ 설정은 무력 개입으로 가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시리아 제재의 방향을 군사 옵션 쪽으로 틀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시리아는 명백한 내전상태"라며 "민간인 대량 학살을 멈추기 위해 유엔헌장 제7장의 적용과 함께 NFZ 설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유엔헌장 7장은 국제평화에 위협이 되거나 침략행위가 발생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무력 사용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파비위스 장관은 "코피 아난 시리아 유엔ㆍ아랍연맹 특사가 제안한 평화중재안을 강제하기 위해 안보리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시리아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 초안을 준비 중이며 차기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담에서 무력 개입에 반대하는 러시아를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비위스 장관의 발언은 아난의 평화중재안이 사실상 사문화한 뒤 나온 서방의 대응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다. 전날 유엔이 시리아 사태를 '전면적 내전'으로 규정한데다 러시아의 무기공급 의혹(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까지 확산되면서 무력 개입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리비아 사태 때도 비슷한 절차를 밟았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친ㆍ반 카다피 세력의 무력 충돌로 비화하자 유엔 안보리는 3월 18일 프랑스와 영국의 주도 아래 유엔 헌장 7장 42조(군사적 강제조치) 규정을 적용, 리비아 상공에 NFZ를 설정하고 이튿날 바로 공습에 나섰다. 앞서 사르코지 정권의 알랭 쥐페 외무장관이 "아난 중재안이 실패하면 무력을 포함한 새로운 제재에 돌입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프랑스의 군사옵션의 실현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관건은 역시 러시아와 중국이다. 두 나라는 안보리의 리비아 제재 결의안에 기권한 것과 달리 시리아 사태에는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두 차례의 대 시리아 결의안에 모두 반대했다. BBC방송은 "프랑스가 제안한 결의안을 러시아가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나 국제사회가 시리아의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인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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