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해 온 정형근(67) 전 새누리당 의원이 유동천(72ㆍ구속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결국 시인했다. 유 회장의 사무실에서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CCTV 영상 앞에 두 손을 든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정선재) 심리로 지난 13일 열린 3차 공판에서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유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금까지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 2차 공판 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내가 언제 돈을 받았는지도 알지 못한다. 돈 받은 시점을 특정한다면 알리바이를 대겠다"며 검찰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태도가 180도 바뀐 이유는 검찰이 찾아낸 CCTV 영상 때문. 이 영상에는 정 전 의원이 2008년 1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유 회장 사무실에 빈손으로 들어갔다가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초 돈이 건네진 시점을 2008년 3월말에서 4월초라고 밝혔던 검찰은 시점을 같은 해 1월로 특정했다.
정 전 의원 측은 영상을 확인한 뒤 "돈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1억원이 아니라 5,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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