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대선 출정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출마 선언 장소를 고르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자들 간에 미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곳은 서울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동상 앞.'민생과 통합의 세종대왕 리더십을 이루겠다'는 손 고문의 출사표에 걸맞은 장소이다. 앞선 대선주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를 선언한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당초 문재인 상임고문 측도 세종대왕동상 앞에 눈독을 들였다. 세종대왕의 상징성이 있는데다 문 고문이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박원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처음 대중 앞에 정치인으로 나섰던 장소란 의미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고문 측의 선점으로 장소를 놓친 문 고문 측은 트위터를 통해 출마 장소에 대한 지지자들의 의견을 구해 이날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으로 확정했다. 문 고문 측은 "서대문독립공원은 애국, 민주, 헌신이라는 세 가치가 살아 숨쉬는 역사의 현장"이라며 "공원은 시민과 함께 가는 문재인의 '동행 정치'를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17일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순국선열추념탑에 헌화하고 독립문 앞 광장에서 출마선언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 측도 김 지사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고문 캠프의 김경수 공보특보가 지난 11일 트위터로 출마 장소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소설가 공지영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바위'를 추천해 싸늘한 반응을 낳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여의도공원, 제주 강정마을 등 다양한 장소를 추천하는 와중에 한 네티즌이 부엉이바위를 꼽았고, 여기에 공씨도 "저도 거기!"라는 글을 덧붙여 리트윗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의 한계에 갇히는 것" "고인을 욕되게 하는 것" 등의 반응이 쏟아지자 공씨는 지난 12일 해당 글을 삭제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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