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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비극/ 유혈사태 원흉으로 내몰린 '동남아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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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비극/ 유혈사태 원흉으로 내몰린 '동남아 집시'

입력
2012.06.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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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서부의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종교분쟁에 휘말린 ‘동남아판 집시’ 로힝야족(무슬림)의 기구한 운명이 주목받고 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는 이번 유혈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돼 핍박을 받았고, 살 길을 찾아 도착한 방글라데시에서는 문전박대를 받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소형 선박 16척에 나눠 탄 로힝야족 660여명(AP통신 보도 1,500명)이 11일부터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국경인 나프강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으나,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들의 입국을 불허했다. 대부분 여성과 노약자인 이들은 불교도의 공격을 피해 국경을 넘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시작된 불교도와 무슬림 간의 유혈사태는 10일 당국의 비상사태 선포 이후에도 진정되지 않아 지금까지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53명이 다쳤다. 이달 초 무슬림이 불교도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유인물이 돌면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은 집단폭행, 방화, 살인 등으로 강도가 높아지며 종교간의 전면대결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수니파 무슬림에 속하는 로힝야족은 대다수가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수적 열세에 몰리자 외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벵골 방언을 쓰는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국경에 분포된 소수민족이다. 미얀마 거주 로힝야족은 75만~80만명에 달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아직 로힝야족을 자국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82년 통과된 미얀마법에 따르면 소수민족은 1823년(1차 미얀마-영국 전쟁) 이전부터 현재 영토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국적을 얻을 수 있다.

미얀마는 소수민족이 많은 나라지만, 로힝야족은 종교(이슬람)와 인종(벵골인) 측면에서 워낙 이질적이라 다른 민족과 전혀 융합하지 못하고 ‘별종’ 취급을 받았다.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탄압과 차별은 78년부터 본격화해 지금까지 20만~30만명의 주민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쫓겨났다. 일부는 이웃국가인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절당해 ‘보트피플’처럼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이번 유혈충돌은 로힝야족에 대한 불교도들의 적대감에 기름을 부었다.

라카인주의 종교갈등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로힝야족의 엑서더스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엔과 미국 정부가 “로힝야 난민을 돌려보내지 말라”고 방글라데시에 요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쉽사리 국경을 열지 않을 태세다. 인구가 많은 방글라데시 입장에서는 그렇잖아도 수십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불법이민자들이 눈엣가시다. 게다가 로힝야족이 남부지역에서 발생하는 절도와 마약거래 등 각종 범죄의 원흉이라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의심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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