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차세연(29)씨는 눈을 뜨지도 못한 새끼 시바견들이 꼬물거리며 모니터 화면에 처음 나타났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이 젖을 먹고, 장난을 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밤마다 사이트에 '출첵(출석 체크)' 하는 것은 이제 차씨의 일과가 돼버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강아지를 서울에 사는 차씨가 어떻게 바로 볼 수 있을까? 바로 '소셜방송' 서비스에 있는 '시바견 퍼피 캠'을 통해서다. 이 서비스를 통해 차씨는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을 생중계로 볼 수 있고, 트위터나 채팅창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주를 이루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방송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소셜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직접 전달한다.
소셜방송은 생동감과 쌍방향 소통이 특징. 소셜방송은 또 고화질의 카메라도, 밝은 조명도, 고성능의 편집기도 필요 없다. 오직 주머니 속 스마트폰과 인터넷망이 설치된 환경만 있으면 그만이다. 제작자는 자신이 찍은 영상을 바로 보여주고, 시청자는 SNS상의 글이나 알림 기능 등을 통해 생방송이 시작됐음을 알게 된다. 또 방송을 보면서 제작에 직접 간여하기도 한다. '나만의 방송국'을 갖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내 방송에 대한 평가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소셜방송은 '유스트림(Ustream)'과 구글의 '행아웃 온에어(hangouts on air)' 등이다. 지난해 5월 미국의 한 동물애호단체는 흰머리 독수리의 둥지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유스트림을 통해 부화 장면을 중계했는데, 새끼 독수리가 부화하는 순간의 페이지뷰는 1억 회에 달했다.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1억 명은 유스트림과 연동된 트위터와 채팅창을 통해 생명 탄생의 신비에 감탄하면서 소감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지난 3월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KT와 유스트림아시아가 합작해 설립한 '유스트림 코리아'가 K-POP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구글의 자체 SNS인 구글플러스가 선보인 생중계 방송 '행아웃 온에어'는 최대 10명이 참여해 동시 화상 채팅을 하면서 이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소셜방송이다. 참가자들의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그대로 나타나며, 생중계가 끝나면 자동 녹화된 영상이 구글플러스와 유튜브채널에도 올라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시민 5명을 행아웃 온에어에서 만나 약 45분간 국정연설 내용과 경제 문제를 소재로 대화를 나눴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4월 10일 영국, 브라질, 케냐, 스리랑카 출신의 젊은이 6명과 함께 인종차별, 민주화운동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구글은 그간 일부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행아웃 온에어를 생중계 했지만 지난달부터는 기능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동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생중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셜방송은 촬영과 편집, 인터넷 등록의 과정을 거치는 유튜브와 다르다. 즉석에서 영상이나 콘텐츠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대화하며 네트워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TV, 다음TV팟 등 인터넷 방송과도 차별성을 갖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소셜방송의 특징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사이버사회연구소장은 "소셜방송은 방송 진행자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시청자로 하여금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며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만큼 콘텐츠를 어떻게 개발해 낼 것이냐가 과제"라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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