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사상가, 국가 경영의 틀을 논한 경세가, 백성을 다스리는 목민관의 사표, 정조의 수원 화성 신도시 건설에 참여한 공학자, 시와 그림을 즐긴 문인 예술가, 제자를 길러‘다산학단’을 일으킨 교육가, 의 1표 2서를 비롯해 182책 5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남긴 저술가….
모두 다산 정약용(1762~1836)을 설명하는 말이다. 보는 눈에 따라 이처럼 다양하게 기억되는 다산의 전모를 처음으로 한자리에 펼쳐 보이는 대규모 전시‘천명 다산의 하늘’이 16일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개막한다. ‘유물로 보는 다산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한 이 전시는 다산의 학문과 사상을 밝히는 친필 저술을 비롯해 시문(詩文), 글씨, 그림, 다산이 교유한 인물 관련 자료 등 150여점을 모았다. 올해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과 단국대, 다산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군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산의 저술 중 그가 직접 소장했던 책들이다. 등 10여건 30여 점이 나온다. 경기 남양주의 다산 생가에서 보관하다가 1925년 대홍수로 인해 여기저기 흩어진 것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다. 대한제국 시절인 1902년 광문사에서 연활자로 찍어낸 의 정고본(定稿本)도 포함돼 있다. 물에 젖어 얼룩진 이 책들은 다산 저술의 정본 텍스트로서 가치가 크다. 만 해도 후대에 여러 사람이 필사하는 과정에서 원본과 달라진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다산의 유물 중 미공개 작품이 여러 점 나온다. ‘열수선유시권(洌水船遊詩券)’은 시 48수가 적힌 길이 20m의 긴 두루마리로, 다산과 고향 친구들, 형제 등 19명이 열수(한강) 에서 뱃놀이를 하며 지은 시편이다. 다산이 정조의 어명을 받들어 지은 글 , 역시 정조의 명으로 주자의 시를 필사해 올린 도 최초 공개다. 다산이 ‘열초’라는 이름으로 남긴 산수도 3점 가운데 개인 소장본은 전에 공개한 적이 없는 그림이다. 동아대박물관, 서강대박물관 소장본과 나란히 소개한다.
‘인간’ 다산을 조명하고, 다산의 생애 중 강진 유배 시절 18년에 쏠렸던 관심을 유배가 풀린 뒤 고향에 돌아와서 보낸 18년까지 넓혀 살피는 것도 이번 전시의 중요한 축이다. 활달한 필치의 행초서로 쓴 사언고시에서 다산의 자유분방한 기질을 엿보고, 시집 간 딸이 행복하게 살기를 빌며 그려준 그림에서 다정다감한 아버지 다산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7월 22일까지 하고, 강진으로 옮겨 다산기념관에서 7월 28일부터 8월 5일까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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