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가 교회세습을 공개적으로 뉘우쳤다. 이 교회 설립자로 1997년 아들에게 교회를 물러주어 '대형교회 세습1호'의 기록을 남긴 그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선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원로목사는"목회 경험이 없고 기본 자질이 되어있지 않은 아들을 무리하게 지원해 목사로 세운 것은 일생일대의 실수"라면서 한국 교회와 하나님 앞에 크나큰 잘못을 회개한다"고 말했다. 교회세습이 성도들 가슴에 씻기 어려운 아픔과 상처를 주었다면서, 충현교회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미 목회 정년(70세)이 지난 아들에게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충현교회는 교회 건물과 땅, 현금 등 재산이 1조원에 이르고 한때 신도가 지금의 3배인 3만5,000명에 달했던 대형교회다. 그러나 김 원로목사가 무리하게 아들을 담임목사로 내세우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이후 끝없는 부자갈등과 내부분열은 담임목사 피습사건과 장로들 대량 제명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재정문제를 놓고 목사와 신도들간에 불화가 그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 원로목사의 세습에 대한 회개가 정확히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우리 교회의 부자세습과 그것으로 인한 갈등과 분열, 타락에 경종을 울린 것만은 분명하다. 충현교회 말고도 관례처럼 부자세습을 강행한 대형교회만 10여 곳이 넘고, 대부분 비슷한 논란과 후유증을 겪고 있다.
교회의 부자세습은 사회적으로는 물론 종교적으로도 옳지 않다. 교회는 목사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하나님의 것이고, 교인들의 것이고, 사회공동체의 것이다. 그 사실을 외면한 채 가장 먼저 아들에게 대형교회를 세습시킨 원로목사가 뒤늦게나마 회개했다. 경기 안양시 교회들은 선교의 욕심에 빠져 시민들의 안전과 편안한 밤을 외면한 것을 반성하며 첨탑 줄이기와 십자가 조명등 끄기에 나섰다. 둘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국의 모든 교회가 결코 남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교회의 참다운 존재 의미는 회개와 반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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