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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美프린스턴대 교수 "유로존, 일본식 위기 빼닮아… 은행동맹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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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美프린스턴대 교수 "유로존, 일본식 위기 빼닮아… 은행동맹이 해법"

입력
2012.06.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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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낸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4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와 관련, “1990년대 일본식 장기 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시간 문제이며, 스페인은 물론 이탈리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개최한 ‘글로벌 위기 이후의 통화 및 거시건전성 정책’ 국제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신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유로존 위기에 대해 이런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유로존 위기의 본질을 ‘재정위기’가 아닌 ‘자본유출입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위기 국가들로 급격히 자본이 흘러 들어갔다가 유출되는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은행 부실이 확대된 것”이라며 “이것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져 재정을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위기를 맞은 그리스를 제외하곤 스페인, 아일랜드 등 대다수 국가들이 자본유출입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 교수는 “만약 스페인이나 아일랜드에서 우리나라처럼 거시건전성부담금 등의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막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다면 지금처럼 큰 위기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위기의 올바른 해법도 유로본드 도입이 아니라 은행동맹(Banking Union)이어야 한다는 게 신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유로본드를 도입하면 재정위기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본유출입 위기는 해결할 수 없다”며 “통합된 예금보험제도와 감독제도, 은행구조조정제도를 골자로 하는 은행동맹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향후 유로존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일본식 장기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08년을 유로존 위기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이미 4년이 지났는데도 은행 구조조정이 거의 진행되지 못하는 등 1990년대 일본 위기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국가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우선 그리스에 대해 “유로존 탈퇴는 시간 문제”라며 “어떤 방법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탈퇴하느냐만 남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리스의 전염 효과를 최대한 차단한다면 다른 국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페인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버티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1, 2년 내 은행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위기 해소에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자본유출입이 없어 지금까지는 안정적이지만 스페인에 큰 위기가 오면 장담 못한다”고 말했다.

유로존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걸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2008년 이후 여러 차례 위기를 맞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유럽은행 자금이 상당부분 빠져나갔기 때문에 다음 위기의 충격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실물경기 침체에 대해서는 더 고삐를 죄고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자본이동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자본이동이 신흥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고, 마바쉬 쿼레쉬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들은 금리정책과 외환시장 개입 등의 방식으로 국제자본 이동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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