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7월부터 포괄수가제(입원비 정찰제)가 의무 적용되는 질환의 수술거부를 추진하는 데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의협이 외과ㆍ산부인과ㆍ이비인후과 개원의협의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도 않은 채 수술거부에 합의했다고 발표, 사실상 수술거부를 독려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12일 노환규 의협 회장과 3개 개원의협의회 회장과의 간담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진료거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회장들이 이미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왔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의 제안을 받은 뒤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로 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협이 수술거부를 합의한 것처럼 공개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박노준 산부인과의사회(개원의) 회장은 "혹시 하게 된다면 제왕절개와 같은 응급수술이 아니라 자궁적출과 같은 수술을 1주일 정도 포기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었고, 그것도 이사회와 전국지회장회의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호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고대구로병원 교수)도 "제왕절개를 거부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이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현 외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의협으로 문의하라"며 의견 표명 자체를 거부했다. 대학병원 의료진들이 주축을 이루는 대한병원협회는 의협과 달리 포괄수가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의협은 파문이 확산되자 "맹장수술, 제왕절개 수술 등 응급수술은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13일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수술 거부 입장을 결정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보건복지부는 포괄수가제는 예정대로 시행하고, 의협이 수술 거부를 강행할 경우 의협 집행부는 구성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공정거래법 위반)로 처벌하고 각 의료기관은 진료거부를 금지한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 및 자격ㆍ업무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