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입원비 정찰제)가 단순한 지불제도 개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환자의 본인 부담을 낮추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의료복지 확대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없도록 사회안전망의 기반으로서 포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과잉진료를 통제해서 아낀 건강보험 재정으로 가난한 국민들을 끌어안고, 중증환자의 보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고급 진료를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하는데, 일정 부분 사실이다. 그러나 비싼 영상검사비 등을 부담스러워하는 국민 입장은 안중에 없는 이야기다. 차상위 계층의 4명 중 1명은 돈이 없어 치료를 중단한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포괄수가제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민영 의료보험의 의존도를 낮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충북대ㆍ서울대 연구진이 2009년 발간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도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의료질의 하락'도 근거가 없다. 백내장 수술에서 포괄수가제의 재입원률은 0%였으며, 기존 행위별수가제는 0.8%였다. 재입원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첫 수술이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편도 수술에서도 포괄수가제 재입원률이 0.1%로 행위별수가제(0.2%)보다 낮았다. 항문수술만 행위별수가제 재입원률(0.4%)이 포괄수가제(0.6%)보다 낮았으며, 나머지 4개 수술은 비율이 같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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