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시리아 사태를 ‘전면적 내전 상황’으로 규정했다. 유엔 당국자가 시리아 상황을 내전으로 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에르베 라드수 유엔 평화유지활동 사무차장은 12일 “현재 시리아 사태를 내전 상태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제까지 유엔은 시리아 사태를 ‘전면 내전 직전’ 단계로 평가해 왔다.
라드수 차장은 “시리아 정부가 상당수 지역에서 반정부 세력에 통제권을 빼앗겼다”며 “최근 탱크, 대포, 공격용 헬기까지 동원되는 등 폭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의 평가가 바뀐 것은 최근 반군의 군사력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인근 국가가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표적 반군 조직 자유시리아군(FSA)이 최근 터키를 통해 사우디 등으로부터 AK-47 자동소총, BKC 기관총, 유탄발사기(RPG) 등을 반입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경화기로 무장한 반군이 다마스쿠스와 홈스, 이드리브 등에서 정부군과 치열하게 맞서고 있으며 서부 하파는 반군의 손에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반군 무장은 시기상으로 유아를 포함해 민간인 108명이 피살됐던 지난달 ‘훌라 학살’과 맞물린다. 정부군이 최근 여성과 어린이들까지 닥치는 대로 사살하며 반인륜적 행태를 보이자 반군에 대한 지원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유엔은 11일 반기문 사무총장 명의로 낸 ‘어린이와 무력분쟁’이라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시리아 정부가 어린이를 살해 또는 고문하거나 강제로 전투에 내모는 행위로 ‘범죄국’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12일에는 시리아 정부군과 친정부 성향 민병대 샤비하를 ‘어린이 학살 집단’ 명부에 수록했다.
그러나 정부군에 대한 무기 지원도 계속되고 있어 시리아 내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2일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에 공격용 헬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러시아는 “(시리아에) 공격 무기가 아닌 방어 무기만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무기 공급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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