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가 시원스런 2연승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탄탄대로를 열었다. 김보경(23ㆍ세레소 오사카)은 절정의 골 결정력을 과시하며 '양박(兩朴) 시대 종결자'로 떠올랐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2차전 홈 경기에서 김보경(2골)과 구자철(23ㆍ아우크스부르크)의 릴레이 골로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2연승을 기록한 한국은 승점 6점으로 조 선두를 달리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밝혔다.
레바논전은 김보경의 영웅 탄생을 위한 무대였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을 전후해 한국 축구에는 '양박시대'가 도래했다. 박지성(3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축구 대표팀의 대들보로 활약하는 가운데 박주영(27ㆍ아스널)이 청소년 대표팀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에서 '허정무호'는 '양박'의 활약으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에 나선 '최강희호'에는 박지성도, 박주영도 없었다. 박지성은 지난해 1월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을 끝으로 은퇴했다. 박주영은 병역 기피 논란 끝에 대표팀 발탁 기회를 스스로 져버렸다. '양박'이 없는 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불안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김보경은 지난 9일 카타르와의 최종 예선 1차전에서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 선제골과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박지성의 후계자'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어 레바논전에서는 선제골과 추가골을 작렬하며 박주영에 대한 아쉬움을 잊게 했다.
4-4-2 포메이션의 오른쪽 날개로 나선 김보경은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발놀림으로 '원맨쇼'를 예고했다. 좌우 측면과 미드필드 중앙까지 폭넓은 움직임을 보였고 프리킥과 코너킥 전담 키커로 나섰다. 레바논의 밀집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하던 전반 29분, 김보경은 처음 찾아온 슈팅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왼쪽 측면에서 이근호가 크로스를 올리자 페널티지역 정면의 김보경이 그대로 왼발 슛을 날렸고 볼은 상대 골키퍼와 크로스바를 맞은 후 골라인 안으로 떨어졌다.
자신감에 찬 김보경은 거칠 것이 없었다. 전반 42분에는 상대 오른쪽 측면에서 절묘한 패스로 김정우(전북)에 찬스를 만들어줬다. 김정우가 슈팅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지만 김보경의 재치 있는 플레이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후반 2분, 김보경은 다시 한번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상대 미드필드 20여m를 단독 드리블, 골지역 오른쪽으로 파고 들어가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두고 절묘한 왼발 인사이드 슛으로 골 네트를 흔들었다. 최종 예선 2경기에서 2골 2도움. 박지성도, 박주영도 그립지 않은 맹활약이다. 구자철은 후반 44분 왼발 슛으로 대승을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9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 최종 예선 원정 3차전을 치른다.
▲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어려운 일정을 소화하면서 2연승을 거둔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대표팀이 소집되기 전부터 여러 가지 악재들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월드컵 최종 예선의 중요성을 알고 새로운 분위기로 팀을 이끌고 갔다. 단결된 모습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일정상 굉장히 어려웠지만 우리가 초반에 좋은 분위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보경은 소속 팀에서 오른 측면에 기용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2선 공격 어디에 세워도 무난하다. 연습 때도 굉장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승점 3점을 얻은 것에 만족한다.
고양=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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