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여권 주요 대선주자들의 과거 방북 행적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종북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 끼어들어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개입으로 북한이 얻을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선구도를 끌어가겠다는 생각인지 모르나 착각이다. 오히려 대선구도를 엉뚱하게 왜곡시키고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남북관계를 위해 백해무익하다"면서 북측에 폭로 협박 중단을 요구했다.
북의 대남선전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그제 정부와 새누리당에 보낸 공개 질문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2002년 5월 방북 당시"주체사상탑과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비롯한 평양시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친북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몽준, 김문수 등이 한 말을 모두 공개하면 온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전체 맥락과 상관 없이 특정 발언 부분만 부각시켜 논란을 불러 일으키려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장난에 우리 사회가 휘둘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박 전 대표 등의 방북은 상호체제 인정과 평화공존을 전제로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북측 고위인사들과 만나 덕담 차원의'친북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 선의를 도리어 협박거리로 삼고 나선 것은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방북 당시 박 전 대표의 행적은 방북기와 자서전 등에서 자세히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의 협박에 대해 당사자들은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만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의 과도한 종북 공세가 북한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북 지향점을 따지지 않고 말꼬리 등을 잡아 무차별적으로 친북, 종북으로 몰아가는 데서 그런 공격의 틈새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이성적이고 건설적인 토론과 경쟁이 북한의 황당한 대선개입 획책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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