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혼자 살다보니 누군가와 어떤 일상을 함께하는 데 점점 불편함을 느낀다. 엄마와 여동생들과 일요일마다 손잡고 때 밀러 가던 목욕탕 나들이도 작정이자 이벤트가 된 지 오래이니 말이다. 그뿐이랴. 간혹 여고 동창이 놀러 와 밥을 해준답시고 부엌에서 내 살림살이를 들쑤실 때면 바로 등 뒤에 붙어 별별 간섭에 바쁜 게 나이니.
그렇게 혼자 먹고 혼자 자는 데 익숙해지니 낯선 이의 방문에 신경이 바짝 곤두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도시가스 점검하러 집에 들르겠다는 검침원 아줌마로부터 쌍욕을 다 들었겠는가. 점검이 확인되지 않으면 가스를 끊겠다는 엄포에 아침 8시 방문 예약에 오케이를 해버린 게 화근이었다.
까맣고 잊고 잠에 빠진 나,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초인종에 전화벨에 그러거나 말거나 이불 뒤집어쓴 채 그저 가시기만 바랐거늘, 이어지는 현관문 차는 소리에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25분이나 지났건만 나를 깨우려는 의지 때문인지, 허탕친 제 발길이 억울해서인지 도통 멈추지 않는 아줌마의 화라니.
고요해진 후 대문에 다닥다닥 붙은 아줌마의 메모를 읽었다. 저와의 약속을 잊으셨나요? 전화벨이 안에서 울리던데 일부러 받지 않으시는 건가요? 연락주세요. 빨간 사인펜으로 감정을 꾹꾹 눌러 쓴 포스트잇을 떼며 나는 내가 참 나쁜 여자라 생각했다. 독신녀의 화려한 삶이라고? 개뿔, 그러다 죄나 받지!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