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불법사찰을 자행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 결과 발표를 이틀 앞두고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 뒷말이 무성하다. 12일 법무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권 장관은 전날 10박11일 일정으로 국외 출장을 떠났다. 일정은 12일 미국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열린 한미 자동출입국 심사 상호이용 프로그램 운영 개막식 참석, 17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유엔환경계획 세계총회 기조연설 등 크게 두 가지다.
권 장관의 유엔환경계획 기조연설은 지난해 9월부터 예정됐던 것이지만 12일 개막식 참석을 두고는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불법사찰 개입 논란에 대해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혹의 중심에 있는 권 장관이 수사결과 발표 직전 출국해 오해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권 장관은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 발생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아무리 합리적인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지 않겠냐"며 "(델레스공항 행사는 성격상)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을 보내도 될 것 같은데 장관이 출국해 수사팀에 부담만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도 "검찰 조직을 생각했다면 다른 방법을 택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수사팀은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덜레스공항 행사의 경우 미국이 지난달 초 법무부장관 참석을 공식 요청했다"며 "불법사찰 수사결과 발표를 피하기 위해 일정을 잡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불법사찰 수사팀 관계자도 "장관의 출장은 수사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민정수석실 개입설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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