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매년 5억원의 국고를 보조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 첫 참가자의 절반가량이 과정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대폭 늘어나자 변호사업계 등의 반발로 졸속 도입된 6개월 의무 연수제도, 부실한 연수과정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시작된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과정 참가자는 당초 400여명에서 6월 현재 23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연수과정을 이탈한 합격자들은 로펌, 국가기관, 민간단체 등 법무부 지정 법률사무종사기관(총 211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과정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변호사법을 개정해 합격자에 대해 6개월 의무 연수기간을 두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더라도 연수과정을 수료하거나 법원, 검찰, 로펌, 법률사무종사기관 등에서 연수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단독 개업과 사건 수임을 할 수 없다.
당시 법 개정 배경에 대해 이은영 한국외대 법대 교수(전 민주당 의원)는 "변호사 급증에 반대하는 변호사협회가 '로스쿨을 막 졸업한 학생들은 개업할 실력이 안 된다'는 논리를 펴자, 법무부가 의무 연수기간을 두는 변호사법 개정을 사실상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올해 초 뒤늦게 예산을 배정해 3개월 만에 만든 연수과정이 너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연수일정표에 따르면 교육시간은 1주일에 두 번, 총 6시간에 불과하다. 수업과목도 민사소송 절차 개관, 손해배상, 노동법 개관, 형사재판 등으로 법학 기초과목이 대부분이다. 6개월 과정 중 여름 한달여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체한다. 연수기간 동안 시험을 보거나 성적을 매기지도 않으며, 수료 기준은 전과목 참석뿐이다.
연수에 참가했던 한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연수 과목은 대부분 로스쿨에서 배운 것들"이라며 "커리큘럼이 부실한데다 실무와도 거리가 멀어 조그만 변호사 사무실이라도 찾아 떠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아예 6개월 의무 연수제도를 없애서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취업기회 제한이라도 막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형주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회장(43ㆍ제주대 로스쿨 3학년)은 "연수과정을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할 바엔 차라리 의무 연수제도를 폐지해 합격자들의 개업 기회를 자유롭게 열어줘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6개월 의무 연수제도는 법조인 수를 늘려 더 많은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당초 로스쿨 도입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은영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로스쿨 제도를 처음 구상할 때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도를 사회적 토론도 없이 졸속 도입해 부작용만 생겼다"며 "수습기간을 꼭 둬야 한다면 취업을 제한하는 현행 방식보다는 예비변호사 제도를 운영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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