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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 골든벨 "방관도 죄… 처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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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 골든벨 "방관도 죄… 처음 알았어요"

입력
2012.06.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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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갔더니 같은 반 친한 친구 A가 우리 반 왕따인 B를 장난 삼아 때리고 있었어요. 나는 같이 때리진 않고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쳐다보다가 다른 애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갔어요. 그럼 나는 폭행죄 처벌을 받을까요?"(전남경찰청 장현화 경사)

"안 받아요. 잘못은 했지만 죄가 되진 않을 거 같아요."(학생)

"틀렸어요. 문을 잠금으로써 피해자 학생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가해 학생보다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어요."(장 경사)

8일 오후 전남 영암군의 영암여중 강당에선 '특별한' 퀴즈 대회가 열렸다. 모방송사 퀴즈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을 본 따 만든 '도전! 범죄예방 골든벨(골든벨)'이 그것이다.

골든벨은 지난해 3월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계 경찰관들이 관할 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일상 생활과 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과 성폭력 문제를 학생들의 눈 높이에 맞고 알기 쉽게 전달해 보자는 뜻에서 만들었다. 퀴즈 형식을 도입한 학교폭력 등 범죄예방프로그램이다. 15가지 범죄 예방 관련 문제를 내고 문제마다 양말, 액자 등 선물도 나눠주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90여 명 학생들과 교사들의 호응도 좋았다. 아쉽게 탈락한 학생들은 패자부활전을 기다리며 두 손을 번쩍 들고 "저요, 저요"를 외쳤다. 1학년 김은경(12)양은 "방관하는 것만으로도 죄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장태영(51) 교사는 "경찰관이 직접 학교를 찾아와 흥미를 끌 수 있는 방식으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해 주니 아이들이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장 경사의 진행으로 이날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골든벨에선 '성폭력을 당했을 때 바로 몸을 씻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인터넷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 이름' 등을 놓고 불꽃 튀는 정답 맞추기 경쟁이 벌어졌다. 다음 달 둘째 아이를 낳을 예정인 임산부 장 경사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학생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쳐가며 퀴즈를 진행했다. 장 경사는 "지난해 초까지 각 학교를 돌며 강의식 교육을 했더니 학생들이 졸거나 옆 친구와 떠들기 일쑤였다"며 "아이들에게 문제풀이 형식으로 접근했더니 호응이 남다르고 에너지도 넘친다"고 말했다.

성과도 상당하다. 지난해 3월부터 이 지역 831개교 중 795개교를 돌며 골든벨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이 지역의 소년범 재범률이 2009년 37.3%에서 2011년 12월 기준 36.2%로 줄었다. 박송희 전남청 여성청소년계장은 "범죄 중 소년범의 재범율이 가장 높은 게 특징"이라며 "전남 지역 소년범의 재범율이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경찰 입장에서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영암=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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