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고리 원전1호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IAEA 점검단은 "2월9일 발생한 정전사고의 원인인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해 발전소 설비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반핵단체는 IAEA 점검단의 이러한 결과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고리1호기 폐쇄를 거듭 촉구했다.
이번 안전점검은 고리1호기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IAEA에 요청해 진행됐다. 하지만 재가동을 위한 명분을 찾으려는 요식행위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IAEA는 핵무기 사찰 관련 감시를 주로 하는 곳으로 지금까지 폐쇄 권고를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 7개국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단의 절반이 원전 운영사 소속이며, 점검 기간이 8일에 불과하다는 등 신뢰와 정당성을 인정받기에는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많다. 앞서 IAEA는 설계수명(30년)이 연말로 끝나는 월성 원전1호기 안전점검에서도 "국제적인 우수사례로 해외 원전 산업계가 공유할 만한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리1호기는 설계수명을 훨씬 넘긴 노후 원전으로, 여기서 발생한 사고는 국내 원전 사고의 20%(127건)를 차지한다. 올해 초 발생한 고리1호기 정전사고는 당국이 한 달여를 은폐하기도 했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등에서 직원들이 돈을 받고 엉터리 부품 납품을 묵인하는 등 비리도 잇달아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IAEA의 안전성 판정이 국민들을 얼마나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이기도 하지만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IAEA 점검만으로 불신이 해소되리라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당국은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원전의 안전성을 확신시킬 수 있을지 더 고민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