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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발표한 아일랜드 포크 듀오 '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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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발표한 아일랜드 포크 듀오 '바드'

입력
2012.06.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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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노을이 깔린 들길을 걷다 우연히 들린 작은 술집, 밀짚모자를 쓴 풍채 좋은 늙은 농부가 흑맥주 한 잔을 들이키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동네 사람들과 노래하는 풍경. 혼성 듀오 바드의 노래는 아일랜드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을 소묘한다. 서정적인 아코디언과 만돌린, 아이리시 휘슬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화는 채식주의자의 식단처럼 기름기 하나 없이 담백하고 말끔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아일랜드 포크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 바드가 2인조로 전열을 가다듬고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8일 만난 바드의 박혜리는 "원래는 작년 봄에 앨범이 나올 예정이었는데 멤버 정리와 전국 호프집 투어 공연으로 인해 제작이 늦어졌다"고 했다. 바드는 에스닉 퓨전 밴드 '두 번째 달'의 멤버 김현보, 박혜리가 김정환과 만든 프로젝트 밴드로 시작했다. 이후 김현보가 빠지고 윤종수, 이수혁이 가세해 4인조 구성으로 2010년 첫 앨범을 발표했는데 최종적으로 박혜리와 김정환 두 명만 남아 지난달 24일 정규 2집 '로드 투 로드(Road to Road)'를 발표했다.

기타와 만돌린, 밴조, 베이스를 맡고 있는 김정환은 "곡 작업은 우리 둘이 대부분 하다 보니 다른 두 멤버가 게스트 연주자처럼 돼버려서 멤버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코디언과 아이리시 휘슬, 아이리시 플루트를 연주하는 박혜리는 "인디 밴드 활동이 생계를 보장해주진 않기 때문에 팀을 끌고 가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했다. 멤버 정리 후 두 사람은 지방 곳곳의 호프집에서 소규모 공연을 열며 아일랜드 시골 펍에서 느꼈던 에너지를 다시 채웠다.

'길에서 길로'라는 제목처럼 앨범에 수록된 12곡은 바람을 타고 길을 걷는 여행자의 심상을 두 멤버의 목소리로 담았다. "아일랜드 음악의 원초적인 에너지에 매력을 느껴 바드를 시작하게 됐다"는 박혜리는 "굳이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도 매일의 삶이 곧 여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그가 가사를 쓰고 작곡한 '오늘의 여행'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룹 이름 바드(Bard)는 고대 켈트족의 음유시인 또는 방랑시인을 가리킨다. 여러 차례의 아일랜드 여행을 통해 얻은 감흥을 두 방랑시인은 국내외 페스티벌, 즉흥 거리 공연과 소규모 콘서트를 통해 풀어놓았다. 김정환은 "전통음악은 나라마다 비슷한 부분이 있어 처음 듣는 사람들도 낯설어 하지 않고 유럽의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를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했다.

데뷔작에서 아일랜드 음악을 재현하는 데 집중했던 바드는 새 앨범을 통해 아일랜드 전통 음악에 대한 한국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박혜리는 "이전엔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구현해서 소개하는 게 중요했지만 이번엔 자유롭게 표현하려 했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의 이면을 그린 단편 다큐멘터리에 쓰이기도 했던 '오래된 이야기'에선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와 함께 아일랜드 전통음악과 국악의 결합을 시도했다.

바드는 새 앨범 발표와 함께 단독 콘서트를 연다. 7월 13일 서울 동교동 CY씨어터에서 공연을 마친 뒤엔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린츠에서 열리는 국제 길거리 예술제에 참여할 예정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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