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연일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이달 말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발표를 앞둔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매년 6월마다 그 해 하반기와 다음해 경제상황을 전망하고 이에 따른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을 결정한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아 불과 보름여를 남겨 둔 지금까지도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선 "역대로 가장 막막한 경제전망"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이는 무엇보다 우리 경제를 크게 좌우하는 대외여건, 특히 유럽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28일께로 예상되는 정부 발표 전까지도 향후 세계 경제의 흐름을 뒤바꿀 만한 '빅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17일 그리스 총선에 이어, 18~19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19~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28~29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 등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는 역시 그리스 총선이다. 총선 결과는 물론 그에 대한 주변국과 시장의 반응, 유로존에 미칠 영향 등이 모두 초미의 관심사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이밖에 G20 회의에서 국제공조 차원의 액션플랜이 나오거나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단행, EU의 재정동맹 추진 본격화 등도 대내외 경제 환경을 크게 뒤흔들 수 있다.
문제는 예측이 쉽지 않은 이런 빅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국내 경제의 기초 변수인 국제유가, 환율, 세계 및 주요국 성장률 등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전제가 바뀌면 전망과 정책 또한 변화가 불가피한데, 요즘 같아서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지 갈피조차 잡기 어렵다.
정부가 작년 12월 발표했던 주요 전망치와 전제들은 올 들어 물가와 고용 정도를 빼면 모두 악화 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태다. 당초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 전망에서라면 상반기 나빠진 수치들이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지만, 유럽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하면 모든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전망치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최근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그만큼 (나중에) 틀릴 가능성도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3.7%로 전망했던 올해 성장률을 그대로 유지할 지, 다소 하향 조정할 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발표 직전까지 해외 뉴스를 감안해 수정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