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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원수라는 이름의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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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원수라는 이름의 원수

입력
2012.06.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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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메인 뉴스에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이 줄곧 떠다녔다. 기부니 봉사니 뭐 그런 천지개벽할, 그리하여 감개무량할 소식일 리 있으랴. 육사 생도들에게 경례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자꾸만 터져 나왔다.

사형을 언도 받았던 이가 아닌가. 일일이 내 입 더럽게 죄목을 끄집어내지 않아도 온 국민이 다 아는 극악무도한 죄인 중 하나이지 않은가. 내란이나 비자금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때문에 죽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앞서 열거한 죄목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어떠한가.

사돈에 맡긴 몇 백 억의 비자금을 수사해 자신의 추징금 대신 가져가라 했다니, 시쳇말로 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람. 이분들을 나라님으로 알고 80년대를 거쳐 90년대를 맞은 나다. 사법시험 공부를 해본 적 없으니 어떤 법에 의거해 그들이 오늘날까지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건지 나는 도통 알 도리가 없다.

다만 한 가지 무조건적인 용서와 이해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우리 민족의 마음 씀씀이인지 그 근원을 파헤쳐보고 싶은 심정인 건 사실이다. 대통령을 일컬어 국가원수(國家元首)라고 하지. 국가의 최고 지도자이자 외국에 대하여 자국을 대표하는 주체, 그 어른.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나라 대한민국은 원수(元首) 아닌 원수(怨讐)를 모시는 모진 굴욕 속에 흘러가는 걸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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